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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Sep 04. 2024

10km 달리기의 남다른 의미

일주일 만에 다시 10킬로미터를 뛰었다. 그 느낌 아직 사라지지 않아 다시 재현하고 싶었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선곡한다. 김동률의 '출발' 시작이 좋았다.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 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떤다는 표현이 설렌다. 작은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야 하루하루가 물처럼 다가온다.

' 넓은 세상으로'으로 가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내가 있는 곳은 작은 세상이다. 우물 안 개구리 같기도 하지만 이곳에서 제자리 맴돌고만 싶지 않았다.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되뇐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은 있을지언정 그곳에 가기까지의 과정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생각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다. 가다가 돌아가는 경우도 있고 잠시 쉬었다 갈 수도 있다. 오로지 앞만 보고 전진하기도 한다.


오르막 길은 다. 처음 한 바퀴 돌 때는 뛰어서도 올라간다. 그러다 두세 바퀴째에는 속도가 나지 않고 겨우 걸어서 올라갈 때도 있다. 깔딱 고개를 넘고 나면 호흡이 더 거칠어진다. 뛰면서 숨 고르기란 내 맘처럼 지 않다. 최대한 천천히 내쉬려고 한다. 뛰다 보면 다시 안정적인 구간이 올 때가 있다. 이때는 발걸음이 가볍기까지 하다. 속력을 내면서 기록을 조금 단축시키기도 한다.

달리기는 글을 쓰는데 꽤 유용한 수단이 된다.  뛰다 보면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솟구칠 때가 있다. 대부분 스쳐 지나가지만 그중 몇 가지는 뛰면서도 메모장에 기록해 둔다. 이때 주로 드는 생각은 뛸 수 있다는 감사함이 먼저다. 나만 잘해서 이 상황을 만든 게 아니기에 더 감사하다. 특히 가족들이 별 일없이 무사히 하루를 보내준 것이 크다.




9월 3일 출간계약을 했다. 혼자 소리 없는 아우성도 치고 아직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기에 덤덤하기도 했다. 남편이 축하기념으로 족발을 시켰다. 내가 좋아하는 거 말고 본인이 좋아하는 걸로. 

하루종일 앉아있어 좀이 쑤셨다. 세 번째 10킬로미터를 뛰기로 마음먹었다. 금방 저녁을 먹고 나와서인지 뛰는데 버거웠다. 뱃속에 족발들이 자기 발을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뛰다가 순간 출간계약이라는 생각에 울컥했다. 어떤 마음으로 쓰고 있었고 포기하지 않은 내가 있었다. 쓰는 동안 다른 무엇도 핑계 댈 수가 없었다. 부족한 것만 따지면 셀 수도 없지만 한편으론 잘하고 있다고 이렇게 하는 거 맞다고 말한다. 글쓰기도 달리기도 혼자 한다. 쓰고 싶을 때 쓰고 뛰고 싶을 때 뛴다. 당근과 채찍질도 내가 나에게 번갈아가며 해준다.


세상에 태어나 아기는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부모님 덕분에 잘 살아남을 수 있었다. 어느새 머리가 굵어져 공부도 안 하고 농땡이를 많이 부렸다. 성인이 되면 모든 결정권은 내가 가진다. 좋은지 안 좋은지 시행착오 거치면서 나에게 맞는 삶으로 맞춰나간다. 꾸준히 운동하며 글을 쓰기로 했다.

10킬로미터 달리기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것만 뛰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뛰면서 깔딱 고개를 여러 번 넘겼다. 처음에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기에 더 뿌듯했다. 지금 순간을 잘 버텨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 싶었던 아이템하나를 득템 한 기분이다. 유지하고 싶다. 이도 잘 닦고 딱딱한 거 덜 먹어야겠다. 글이 안 써지거나 달리기가 힘들 때마다 이 꽉 깨물고 또 나아가야 하니까. 공원 세 바퀴를 달리니 목이 바짝 타들어갔다. 집에 와서 마시는 냉수가 모든 걸 잊게 만든다. 또 뛰러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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