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펄블B Apr 21. 2016

나의 캐나다 여행기 Day 9

우리 밥 먹다가 비행기 놓친 거 아니라구욧!!

2박 3일의 오로라 여행의 일정은 원래는 이랬다.  금요일 밤에 옐로나이프에 도착하자마자 오로라를 보러 갔다가 토요일 오후에 개썰매도 타고 snow shoeing도 하고 토요일 밤에 다시 오로라를 보고 일요일에 워털루에 돌아오는 잘 짜여진 일정이었다. 그래. 원래는. 본래는. originally.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분명 시간 내에 체크인 했는데 유난히 길었던 보안 검색대가 문제였을까.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도 시간이 좀 여유로워서 점심을 사들고 게이트 앞이 아니라 게이트가 보이는 식당에 앉아 있었던 게 문제였을까.


분명 이륙 시간 얼마 안 남았는데 왜 줄을 안 서지? 하고 게이트에 가서 문의하자 이미 게이트 닫았다며 비행기가 버스인 줄 아냐고 이륙 시간 5분 남았는데 당연한거 아니냐며 너네 이름 다 불렀다고 그러는데. 우리가 못 들었다고!! 우리 이름인데 우리가 못 들었다고!! 지금 생각해 보니깐 얘네 또 우리 이름 발음하는 방법을 몰라서 이상하게 부른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우리 손에 들려 있는 샌드위치를 보면서 너네가 밥 먹느라 못 탄거니깐 너네 탓이라고 하는데..밥 산건 30분 더 더 된 일이고!! 보딩에 전혀 영향 줄 수 없는 시간이었고!! 우리 바로 저 앞에 앉아 있었고요!! 안내방송 했으면 못 들을 수가 없는 거리에서!!


문제의 점심


음...비행기를 놓친 건 참 어이 없는 일이었지만 참 다행이었던 건 둘 다 오로라에 그리 미련이 없었다는 점이다. customer service에서 줄 서서 기다리면서는 둘 다 진정이 되어서 우리 비행기 표 안 바꿔 준다고 하면 그냥 토론토 갈래? 가서 쇼핑이나 하고 내일 기숙사나 하루 일찍 돌아갈까하며 큭큭 거리고 있었는데 다시금 우리를 분노케 한 것은 담당자의 눈빛. 밥 먹다가 비행기를 놓치는 게 말이 되냐며 우릴 그렇게 한심하게 쳐다보는데... 저기요 아줌마 샌드위치 그거 하나 산거랑 전혀 상관 없다고. 그러고 우리밖에 못 탄 사람 없다고 하는데, 분명 우리 말고도 게이트에서 항의하던 사람 엄청 많았거든요? 그럼 그 사람들은 막판에 들여보내줬다는 건데 뭐하자는 거죠? 나랑 싸우잔 건가요? 그 담당자와의 대화는 지금 생각해도 짜증나는 게 그때 이렇게 답했어야 하는데!!하는 게 계속 떠오른달까.


이렇게 저렇게 마무리는 되었지만 일정은 반토막이 났다. 그날 내로 옐로 나이프에 도착할 수 있는 비행기는 없다며 캘거리에서 하룻 밤을 자고 그 다음 날에 옐로 나이프에 도착하게 되서 금요일 밤 오로라 관광도 빠빠이 토요일 오후 눈 썰매도 빠빠이.


참 신기했던 건 비행사 사람들이 그렇게 기분 나쁘게 굴었는데도 둘 다 서로한테는 전혀 짜증을 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이 기분 나쁜 상황에 직면하면 같이 여행 다니는 일행과 싸우기도 하는데 둘 다 서로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 카톡으로 하소연을 해서 울분이 조금 풀려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둘이서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계속 웃었다. 물론 그 대부분이 우리 살면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놓쳤어..허허하는 어이없는 웃음이긴 했지만 그래도 일행끼리 안 싸우고 잘 갔다온 게 어디야.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캐나다 여행기 Day 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