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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펄블B Apr 20. 2016

나의 캐나다 여행기 Day 3

코털의 존재를 느껴본 적이 있나요

캐나다의 겨울은 춥다. 특히 캐나다 동부의 겨울은 더더욱 춥다. 친구들은 이번 겨울이 근 20년 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이라며 영하 20도 가지고(??????) 춥다고 징징거리지 말라며 나를 타박했다. 처음엔 왜 이게 안 춥냐며 너네가 이상한 거라며 절규하던 나도 어느덧 체감 영하 20도에는 오 오늘 좀 괜찮네?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하필!!! 왜 때문에!!!!!! 퀘벡 주로 향하는 날에!!! 캐나다 동부의 정상적인 겨울이 돌아왔다.


호텔에서 나서서 버스에 오르는 그 짧은 순간에 그때껏 경험하지 못했던 살을 에는 듯한 추위가 우리를 강타했고, 가이드 님은 퀘벡은 북쪽이라 더 춥다며, 체감 영하 50도라는 소식을 전해 오셨다. 영하 50 도래.... 유 노우? 영하 50도? 영하 반 백도? 미친?!!!


오타와 국회 의사당 앞에 내리는 그 순간부터 캐나다는 겨울이지!! 하고 따뜻한 뉴질랜드를 버리고 캐나다를 선택한  과거의 나 자신을 정말 멱살잡이하고 싶었다. 공기가 너무 차서 코로 숨을 들이쉬는 그 순간 코털이 얼어버려서 코털 하나하나가 느껴진 적이 있나요. 내가 살면서 나의 그 신체 부위가 그렇게 내 몸의 일부라는 걸 강렬하게 느낀 순간은 태어나서 처음이었고 사실, 다시 느껴보고 싶지는 않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라 모두 그렇게 느꼈던 건지 만난 지 이틀 밖에 안 되는 일행들과 서로 와 미친 코털이 하나하나 느껴져!! 이게 뭐야!! 이러고 있었다.


오타와 국회 의사당은 사실 되게 예뻤다. 보수 공사 중이라며 뒤 뜰?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그쪽을 막아 놓은 게 너무 아쉬웠을 정도였지만 사실 너무 추워서 빨리 실내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다. 국회 의사당 본 건물 정문은 지키고 있는 경호원 분들께 뒤 쪽 막아놨냐 못 가냐며 물어보자 못 간다 공사 중이다 라는 대답이 돌아와서 그럼 정문이나 찍자!! 하고 외투를 벗었는데..... 분명 그 경호원 분들도 추우니깐 고글에 모자에 마스크로 완전 중무장을 하고 계셨는데 내가 파카를 벗는 순간 쟤가 지금 제정신 인가 하는 느낌으로 눈이 띠용 하고 벌어지는 게 보였을 정도였다.

경호원 아저씨의 놀란 표정이 아직도 생각나는 것 같다


낮의 오타와도 추워서 벌벌 떨었는데 밤의 몬트리올이라고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올드 몬트리올의 야경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우리는 추워!!!!!!! 라며 소리 지르며 캐나다의 전통 음식인 poutine (감자튀김에 각종 소스와 토핑을 올려 먹는 것. 처음에 이게 전통 음식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아니 얼마나 전통 음식이 없으면 전통 음식이 감자튀김이야?!라고 투덜거렸던 생각이 난다.)을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오기 바빴다.



그날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호텔 방에서 사 온 poutine은 안주 삼아 언니들과 아이스 와인을 홀짝이던 시간이었다. 눈은 따뜻한 건물 안에서 내리는 걸 지켜볼 때가 가장 예쁜 법이다. 밖에는 눈이 펑펑 오는데 핸드폰에서는 한 여름밤의 꿀이 나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우리는 깔깔대며 수다를 떨었고, 그렇게 퀘벡 주에서의 첫날밤이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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