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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펄블B Apr 20. 2016

나의 캐나다 여행기 Day 4

퀘벡, 퀘벡, 우앙 퀘벡!

캐나다 동부의 꽃은 뭐니 뭐니 해도 죽기 전에 꼭 한 번은 방문해 보아야 한다는 퀘벡이다. 올드 퀘벡은 아담하지만 너무나도 예쁜 도시다. 쁘띠쁘띠한 게 정말 취향 저격이랄까.      


사실 올드 퀘벡에 도착하기 전에 아이스 호텔에 들른다는 소식에 나는 겁을 먹고 있었다. 어렸을 때 스위스에서 얼음 궁전에 갔을 때 고산증+저체온증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서 본능적으로 공포감부터 들었다는 게 맞는 말일 것이다. 반쯤은 버스로 다시 도망쳐 올 준비를 하고 들어갔는데, 이 미친 캐나다 날씨에 어느 정도 적응을 한 덕분인지 그렇게 춥진 않았다. 얼음으로 지었는데도 그것도 실내랍시고 실외보다 더 따뜻했던 것 같다. 얼음으로 된 방 안에 놓인 얼음 침대에 누워보며 여기서 자려고 돈 내는 사람은 미친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얼음으로 된 기둥도, 조각상도 신기했고 뭔가 엘사가 된 느낌이었다. 22살이나 먹고 실제로 엘사 흉내 내면서 논 건 비밀. 그치만 나보다 언니인 사람도 호텔 안에 있는 얼음 미끄럼틀 타고는 그때까지 봐왔던 그 어떤 때보다 더 행복한 표정을 짓고 다녔으니깐... 헤헤. 그날 치마 입어서 못 탔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깐 나도 그냥 탈 걸 그랬나 싶다.      


엘사 흉내 내던 22살 먹은 아가씨


올드 퀘벡은 오타와랑 몬트리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추웠다. 그치만 사람이 너무 굉장한 걸 보면 외부 자극에 무감각해진다는 말이 있는데, 나한테는 퀘벡이 그랬다. 낮에 상점에서 파는 인형들도 환상, 기념품조차도 아기자기에서 환상, 뜨거운 메이플 시럽을 눈에다 뿌려서 막대기에 돌돌 말아먹는 캔디 맛도 환상, 그걸 팔던 오빠의 외모도 환상... 그날 찍은 사진을 보면 너무 추워서 볼터치 같은 건 하지도 않았는데 숙취 메이크업을 한 마냥 두 볼과 코 끝이 빨갛다. 그래도 마냥 좋았다. 너무 예뻐서.


볼에 연지곤지가 생겨버렸다


저녁에 본 야경은 더더더 환상적이었다. 상점들은 다 닫았지만 유리창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만 봐도 너무 예뻤고 골목마다 건물에 불빛이 반짝이는 것도 너무 예뻤다. 낮에 왔던 곳과 같은 장소인데도 까망 배경에 불빛이 들어오자 그렇게 느낌이 달랐다.  낮에도 너무 예뻤는데 밤에는 더 예뻐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나중에는 ‘예쁘다’라는 말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너무 예뻐서, 이 광경을 남기고 싶어서, 사진을 마구마구 찍었다. 문제는 밤이 되니깐 더 추워져서 손가락이 동상이 걸릴 것만 같았던 거다. 같이 간 언니가 손가락도 우리의 신체의 일부인데 대체 무엇을 위해서 우리의 손가락은 이렇게 고생을 하는 것이냐는 명언을 남겼지만 그 조차도 장난스러웠을 정도로 눈 덮인 퀘벡은 아름다웠다.      


  

낮과 같은 장소인데 더 예뻐졌다


음... 그래도 겨울에 다시 퀘벡에 오고 싶진 않다. 나중에 다시 캐나다를 여행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여름에 와야지. 반드시. 꼭. 무슨 일이 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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