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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장래희망은 말이야

by 서툰엄마

안녕, 아들!
오늘은 엄마의 장래희망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싶어.
이 이야기가 너의 꿈을 찾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


엄마는 초등학교 때 가수가 되고 싶었어.
좋아하는 가수가 있어서, 그 언니 오빠들처럼 TV에 나와서 노래하고 춤추고 싶었지.
아마 엄마 친구들도 많이 꿈꾸는 직업이었을걸?
엄마는 어릴 때 춤추는 걸 좋아해서

학교 운동회 응원단도 하고,
수학여행 가면 무대에 나가서 춤도 추고,
친구들이랑 모여서 춤 연습도 많이 했어.

지금은 어디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엄마지만,
그땐 참 당당했던 것 같아.


그러다 점점 옷 입는 거, 꾸미는 거에 관심이 생기면서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었어.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생이 될 때,

미용학교에 가고 싶다고 했었는데

할머니가 힘든 직업이라고 반대하셨어.
그래서 일반 고등학교에 갔지만,

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계속 있었어.

옷을 특별히 잘 입는 건 아니었지만,

예쁜 옷이나 코디에 관심이 많았지.

지금 40을 바라보는 엄마는

아직도 그 꿈을 이루지 못한 게 조금 아쉬워.


그래서 서른아홉 살이 된 지금,
마흔이 되기 전에 미용 자격증을 따는 게 목표야.
기술은 평생 쓸 수 있는 거잖아!


고등학생 때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며
잠깐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는데,
왜 공무원이 되어야 하는지는 잘 몰랐어.
그냥 ‘안정적이니까’ 정도였지.

그러다 성적에 맞춰 광고디자인과에 진학했고,
큰 생각 없이 대학생활을 보냈어.

그땐 정말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지,
어떤 활동을 해야 나중에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거든.

그렇게 하루하루를 흥청망청 보내다가

결국 졸업도 제대로 못 하고,
사회에 나왔을 땐 이미 너무 늦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
지금 돌아보면 20대 초반이고,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나이인데 말이지.


대학 졸업장이 없으니 급여는 낮았고,
엄마가 일하고 싶던 곳 중엔
‘대졸 이상’만 되는 곳도 있었어.


그렇게 친구들이 하는 사무직 일을 하다가
엄마는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어떤 직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
그건 바로 ‘캘리그라피 작가’였어.

엄마는 글씨 쓰는 걸 좋아했거든.

붓을 잡고 조용히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게
너무 즐겁고 위로가 되었어.
그래서 몇 년 동안 캘리그라피를 배우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전시회도 열고,
관공서, 학교, 기관 등으로 캘리그라피 수업도 다녔어.
작은 공방도 운영했지.

직접 만든 손글씨 작품으로 굿즈를 만들고,
사람들과 감성을 나누는 일이
엄마에겐 정말 소중했어.


하지만 매달 수입이 일정하지 않고,
생활을 유지하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았어.
점점 현실적인 고민이 깊어지면서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회사를 다녀야겠다고 결심했지.


그때부터 엄마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마침 주변 친구들이 블로그 광고 일을 추천해줬어.
“너 블로그 잘하잖아, 한 번 해봐!”
그 말에 용기를 내서 시작하게 된 게
바로 엄마의 두 번째 직업, ‘SNS 마케터’였어.


엄마는 너무 신기했어.

매일 하던 블로그 관련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니!

그리고 그 일은 엄마에게 정말 잘 맞았어.

재미있고, 성취감도 있었고,

처음으로 ‘일이 즐겁다’는 감정을 느낀 시간이었지.


그렇게 몇 년을 일하다가 우리 우주가 태어났고

엄마는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시 일을 쉬었어.

그리고 네가 어린이집에 잘 다니기 시작할 때쯤
엄마도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마케터로 일하고 있어.


하지만 아직도 미용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꿈은
마음 한편에 있어.
그래서 올해 꼭 자격증을 따볼 거야!

엄마가 이렇게 다짐하게 된 건
한 TV 프로그램을 보다가였어.

70이 넘으신 할머니들이 나오는 장면이었는데,

진행자의 “어느 나이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한 분이 “40살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하셨어.
그땐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엄마는 그 장면을 보고 마음이 찡했어.
'나는 이제 너무 늦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근데 그 말이 엄마를 깨우쳤어.
그래, 마흔이면 뭐든 시작할 수 있는 나이지!


우주야,
너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엄마는 힘껏 도와줄 거야.
그리고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모를 때도
그걸 찾아낼 때까지 기다려줄게.


무슨 꿈이든 괜찮아.

단 하나, 너답게 웃으며 걸어갈 수 있는 길이면 돼.


엄마의 캘리그라피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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