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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첫 에버랜드 소풍

by 서툰엄마

우주야, 지난 주말에는 다섯 살 너와 함께 처음으로 에버랜드에 다녀왔어.


엄마는 고등학교 소풍 이후로 20년 만이고, 아빠도 사촌 누나들과 다녀온 지 10년이 넘었대. 그 시절엔 긴 줄에 서서 기다리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는 앱으로 놀이기구도 예약할 수 있다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구나 싶었어.


우린 전날 육지 할머니 댁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에버랜드로 향했지. 엄마는 마치 수학여행 전날처럼 들떠서 새벽 4시에 눈을 떴어. 괜히 혼자 설레서 이런저런 꿀팁을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단다. 아침엔 네가 먹을 도시락을 준비하고, 간식도 챙기고, 그렇게 차근차근 준비를 마쳤지.


놀이기구를 많이 타지는 못했지만, 우리 가족의 가장 큰 목표였던 ‘우주에게 사자랑 호랑이 보여주기’는 성공했어. 사파리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던 너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 사자, 호랑이, 곰에게 손을 흔들며 "안녕~" 하고 인사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몰라.


기린과 코끼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리버트레일도 재미있었지. 동물들을 눈앞에서 만나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었어.

날씨가 많이 더워서 중간중간 네가 힘들어했고,
엄마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조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잘 따라와 줘서 고마웠어.


퍼레이드를 기다리며 뜨거운 바닥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을 땐 너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조금 걱정이 됐지만,지금 돌아보니 그마저도 하나의 장면처럼 떠올라.

참 여러 가지가 뒤섞인 하루였지.


집에 도착해서 “할머니~~” 하며 문을 열던 네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돈다. 할머니가 약속 때문에 집에 안 계신다는 말을 듣고 “할머니한테 다 얘기해줘야 하는데!”라고 하던 네 말에 우린 한참을 웃었어.
'아, 정말 즐거웠구나!'

그 말 한마디가 오늘 하루를 얼마나 빛나게 했는지 몰라.


시간이 지나면 이 하루도 사진 속 한 장면처럼 기억 속에 남겠지. 우리가 함께한 이 순간들이 네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따뜻하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


다음엔 또 어디로 가볼까.
꼭 멀리 아니어도 괜찮아.
우리 셋이 함께하는 하루는 어디든 소풍 같으니까.

엄마는 오늘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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