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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May 17. 2021

미국은 '엄마의 날'이 따로 있는데요,

얼마 전에 한국은 어버이날이었다. 어릴 때부터 5월 5일은 어린이날, 5월 8일은 어버이날로 떡하니 각인이 되어 미국에 온 지 근 20여 년이 되었는데도 괜스레 5월 5일이 되면 우리 아이에게 뭐라도 하나 사줘야 할 거 같고 어버이날에는 부모님이 자연스럽게 생각이 나서 눈이 붉어지고 아, 14일은 스승의 날이라 간혹 못된 고등학교 사감 선생님이 생각나곤 한다.


하지만 미국은 딱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지정되어 있지 않다. 어린이날이라는 자체가 없다. 한국에선 소파 방정환 선생님이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하게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을 도모하고자 기념일을 지정한 것'인데 그전에는 어린이라는 단어가 없었고 아이나 아기 등의 단어를 사용했다 한다. 그때 제정한 날을 지금도 기리고 있는데 쌍 5가 겹치는 5월 그것도 5일이라 부르는 그 맛이 귀엽기도 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있다. 4월 4일은 기분이 나쁘고 6월 6일은 기독교적이라 그렇고 7월 7일이라면 칠월칠석이 연상되어 여인들의 날이라 좋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미국에는 이러한 어린이날이 없다 해서 처음엔 갸우뚱했지만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 매일매일이 아이들 천국인 나라에서 따로 날을 정해 특별히 챙긴다는 자체가 우습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오래전에는 한국이 모두가 먹고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보니 아이들의 인격을 사회에서 권장해 온 차원이 아니었나 잠깐 생각해본다. 암튼 어린이날은 없으니 미국 아이들은 없어서 부럽지도 않겠지만,


한국 어린이들은 복 받은 나라에서 태어난 셈이다.


어버이날도 딱 5월 8일로 정해져 있지 않다.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추수감사절처럼 거의 모든 기념일이 몇 월 몇째주 무슨 요일이라고 명시되어있다. 그래서 매해 날짜가 변해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중요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어물쩡 넘어가는 일이  허다하다.


특히 한국처럼 '어버이날'이라고 묶어서 부모님께 효도하는 행사를 하면 다행인데 미국은 '엄마의 ' '아빠의 ' 따로 정해놓았다. 엄마의 (Mother's Day) 5 둘째  일요일이고, 아빠의 (Father's Day) 6 셋째  일요일이라 달력에 미리 빨갛게 동그라미를 해놓지 않으면 불효자식이 되어 버리는 체절명의 실수를   있다는 사실!!


이런 날도 미국은 한국처럼 엄마와 아빠를 어버이날로 하나로 묶지 않고 따로 개인플레이를 하는 걸 보면 분명 개인주의가 팽배하다는 단면을 볼 수 있다. 한 부모도 있을 수 있고 굳이 챙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있을 수도 있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또 다른 면으로 보면, 날짜는 변동이 되지만 모이는 날은 일요일로 정해져 있어서 가족 모두가 만날 수 있게 한 일은 또 개인주의가 아닌 가족 중심적인 것도 있고 어디에다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생각이 다른 정책인 듯하다.



우리 아이들도 어린이날은 없어서 그냥 넘어가지만, 엄마의 날과 아빠의 날을 기념하여 선물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결국은 내돈내산으로  선물을  주머니에서 나가는 셈이다. 미국은 용돈이라는 개념이 없어서 돈을 모은다는  거의 불가능하다. 선물을 산다 해도 대중교통이 없어 엄마가 운전을 해주고 어딘가에 내려주면 선물을 사고 부모의 카드로 결제를 한다. 요즘엔 그나마도 코로나라 인터넷 쇼핑을 하는데  또한 부모의 카드로 결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그저 인터넷으로 부모의 선물을 고르고 부모의 카드로 결제를 해서 받게 되는 선물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선언을 했다.


"자, 이번해부터 엄마, 아빠에게 주는 선물은 현물이 아닌 편지로 대처하길 바란다. 너희들이 직접 돈을 벌면 그때 제대로 선물을 하는 걸로..."


그래서 이번 엄마의 날 선물은 그야말로 가장 간단한 기념일이 되었다. 나를 닮은(?) 화분을 어디에선가 구해 그 안에 어디에선가 뽑은 식물을 넣어온 딸의 선물과 엄마를 캐릭터로 만든 아들의 그림을 받았다. 나를 닮았다는 화분은 "내가 이렇게 이상하게 못났나?" 하며 웃었고, 캐릭터로 그린 엄마는 너무 생기 발랄해 "엄마를 이렇게 어리게 그리면 어떡하니?" 하며 함박 웃음꽃을 피우게 했다.


큰아이가 골랐다는 나를 닮은 화분은 어디선가 얻었고 식물은 우리 집 어디에선가 꺾어서 머리카락이라고...
이게 엄마라고... 그래도 젊게 그려준 아들에게 감동받았다 하여튼 젊어 보이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나이다 ㅎㅎ


아이들이 생각하는 부모의 선물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나의 부모에게 드리는 선물이 어려웠다. 기껏 안마할  있는 간단한 기구나 장갑 아니면 보석이었는데  고르면 그나마 본전이지만 맘에 들지 않아도 싫다는 말도  하고 그렇다고 바꿀 수도 없으니 어려울 수밖에..같은 나이또래에게 하는 선물도 어려운데 세대차가 많이 나는 선물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아주 오래된 일이지만, 아빠에게 넥타이 선물을 해드린 적이있다. 받으실 땐 분명 좋다는 사인을 하신 거 같은데 한 번도 메시는 걸 보지 못해 약간 서운한 어투로,


"아빠는 왜 제가 사 드린 넥타이는 메지 않으세요?"라고 물으니 아빠는 약간 주저하시면서,

"나도 oo애비 같은 넥타이면 좋겠다.... 이건 좀 나이 들어 보이지 않니?  하고는 싶은데 자꾸 더 늙어 보이는 거 같아서..."


하... 아차 했다. 아빠는 그저 나이가 많으신 아빠니까 나이에 맞게 고상하고 점잖은 와인 칼라에 잔잔한 무늬가 들어간 그야말로 얌전한 넥타이를 선택했고 남편은 젊으니까 밝은 칼라에 산뜻한 문양이 들어간 넥타이를 골라 주었다. 지금 그때의 아빠 나이가 되고 보니 나이가 들수록 산뜻하고 밝은 칼라를 입어야 그나마 주름지고 칙칙한 얼굴색이 화사해 보이고 젊어 보인다는 걸 그 나이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남자나 여자나 마음은 똑같은데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제는 그때의 내 나이가 되었다. 내가 간만큼만 보이는 게 인지상정인데 무얼 더 바랄까? 아이들이 보는 나는 그저 나이든 엄마고 나이든 아빠일텐데.. 어쩌면 돈을 들여 선물을 하지 말라는 말이 더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무슨 일이건 돈으로 때울 수 있는 일이 가장 쉬운 일이고 마음으로 얻는 감동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선물을 한다는 건 언제나 힘들고 설렌다.


힘들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깊이 알고 이해하는 폭이 커야 제대로  선물이   있는데 그런 마음을 안다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 테이고 설렌다는  내가 주는 선물을 받는 사람이 행복해  마음을 미리 엿보기 때문일 것이다. 심금을 울리는 선물은 돈으로   있는 일도 아니고 몸으로 대처   있는 일도 아니다. 얼마전 친구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아 마음 뭉클한 일로 오래 남을것 같다. 이처럼 작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감동을   있어야 진정한 선물이 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빠보다는 엄마의 모성애와 엄마를 향한 애틋한 아이들의 사랑이 빛을 발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미국도 아빠의 날보다는 엄마의 날을 더 크게 기념한다. 아이들도 엄마의 날 선물로부터 해방해 주었으니 고마워해야 할 텐데 아들의 달랑 그림 한 장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다행히 남편의 선물이 왕창이었다면 아이들한테는 미안한 일일까? 아이들이 돈을 아주 많이 벌면 그때 왕창 받아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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