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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Mar 11. 2022

뭐, 대충 조금 아픈 날

밤새 뒤척였다.

꿈을 꾸었는지 밤을 새워 꿈을 그린 건지 두둥실 알 수 없는 세계에 들어갔다 나온 모양이다.

침대 안에서 쉬이 나오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두툼한 이불이 내 온몸을 감싸다 그  무거움을 내려놓지 못하고 괜히 머리에 하소연한다.

왜 이리 머리가 무겁냐고

곧장 잠 속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이유를 기어이 대야만 정당하게 나를 포장할 수 있다.

휴일이라 하루 종일 뒹글거려 피곤하지 않아서,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쉬는 날이라고 몸을 달리 움직였나,

저녁에 괜히 남편이랑 마실을 다녀왔나,

월요병이 있어서 괜스레 걱정이 많았나,

그것도 아니면 갱년기라 그런가?


그래, 갱년기구나...


그렇다. 요즘엔 모든 일의 정답을 찾다 보면 결국은 갱년기로 귀결된다.

류머티즘 관절염이라는 판결을 작년에 받았다.

대단한 것도 아닌데

나이가 들면 하나에서 열까지 안 아픈 곳이 없는 게 사람 몸뚱이인데

뭐 대수라고 까짓 관절염이..

그렇게 넘어가려고 했었다.

매달 처방전으로 관절염약을 마트에서 받아야 하는 일도 귀찮아질 만큼 무디어진 병이다.

한두 번 거르던 약 한 알이 어제는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 마디마디가 나를 자극해서 쉬이 잠들지 못하게 했나 보다.

지금 타이프를 치는 손가락 마디마디가 찌릿하니 아파온다.

얼마 전에 시작한 골프가 무리가 되었나?

코칭 프로는 너무나 연습량이 없다며 다그치셨는데,

그랬는데 뭐, 골프로 손가락이 아플까 싶은데 아마도 조금은 작용이 있으려나 싶기도 한다.


그보다는 글 쓰는 이 손가락이 더 무리가 될 텐데..

그럼 어쩌나, 그럼 정말 큰일인데

일주일에 한두 번 글을 쓰긴 하지만 앞으로 나의 계획이 있는데 말이다.

단편소설도 쓰고 싶고 시나리오도 한두 개 생각한 것도 있고 지금 쓰고 있는 소설도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만약 내 손가락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당장 집안일은 어찌할 것이고 뷰틱샆 일은,

제일 중요한 글 쓰는 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또 걱정이다.


나는 걱정거리가 없다고 늘 생각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없다고 큰소리쳤는데

큰일이다. 내 걱정거리가 들통 날까 전전긍긍이다.

혈액형이 B형이라 될 대로 되라식으로 남들에게 통 인정받지 못하는 타입인데

MBTI 결과는 내성적인 면이 적지 않다고 나와서 숨겨놓은 내면을 들통나 버린 듯 해

아주 아주 조마조마했는데 이를 어쩌나 싶다.

뭐 성격이 대수라고..

그 또한 나이 드는 시점에는 대수로운 생각이 아니다.


겉으로 보는 나와 내면에 살고 있는 나는 분명 손바닥 뒤집기 정도로 엄청난 극과 극을 내달리고 있음에 분명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 안에 두 가지 타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혈액형이 그리고 사람의 성격을 결코 한 가지로 결정될 수 없다는 걸 말이다.

 

두 얼굴을 가진 나. 


누구나 성이 있다고 하고 누구나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양면성에서 나오는 나의 이중성에 때때로 격정적인 나의 실존에 치를 떨고

나의 선함에 나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이 안에 있음을 다행이라 여기며 지금 이 나이를 살아내고 있다.

오늘 나는 조금 아프다.

완벽하지 않은 컨디션이 나를 조금은 옥죄고 있지만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닐까?


걷지 못할 정도로 아픈 다리도 아니고 타이프를 치지 못할 정도로 아픈 관절도 아니다. 비록 3,0 도수의 돋보기를 끼고 있지만 앞이 안 보여 넘어지는 일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이고 가끔은 찍어 바른 쿠션이 번질 걸 모르고 대화하는 실수를 범하지만 노안이기에 모두가 이뻐 보이는 행복한 순간이 있어 다행이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아주 조금 더 아프겠지만, 또 그러면 어떠랴.

죽는 날까지 쥐 눈물만큼 보일 듯 말 듯 만질 듯 말 듯 내 몸은 조금씩 쇠퇴하고 닳아져 없어져 버릴터인데..

오늘 조금 아픈 게 뭐 대수인가?

웃으며 오늘을 살자.

웃으며 내일을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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