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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멜랜Jina Oct 24. 2019

미국집은 왜이래!

#22ㅣ 

미국 집을 구조상 크게 네 개로 나누어보면 아파트, 타운 하우스, 콘도 그리고 싱글 하우스로 구분된다.


먼저 미국의 아파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파트가 아니다. 한국처럼 개인 소유가 아닌 회사가 운영하는 체계라 개인은 렌트만 할 수 있고 개인이 소유를 할 수는 없다.  한 달의 렌트비와 물세와 전기세만 내면 수리를 하거나 교체를 하거나 그 외 살면서 발생되는 모든 책임이 없다. 전구 다마 하나도 교체해주고, 변기가 고장 나도 직접 와서 고쳐주고, 교체 후 7년이 지나면 카펫도 다시 새 걸로 깔아 주어야 한다. 특히 여긴 전세 개념이 없어서 두 달 정도의 보증금(Deposit money)만 계약할 때 먼저 내고 이사를 나갈 때 돌려받으면 되기 때문에 목돈이 들지 않기에 이민이나 다른 주에서 이사를 오거나 학생이거나 싱글로 사는 사람들이 단기간 살기에는 편하고 좋은 집이다. 

 


하지만 전세금 없이 보증금만, 그것도 두 달 정도의 렌트비만 받기 때문에 크레딧 조사를 철저히 한다. 처음 크레딧이란 말을 들을 때는 크레딧 카드나 개인신용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는데, 500점부터 800점까지 아주 디테일하게 등급을 점수로 매겨 650점 정도면 그럭저럭이고, 700점 정도면 좋은 편, 750점 이상이면 아주 좋은 편이어서 집을 살 때나 차를 구매할 때 크레딧 점수가 높으면 낮은 이자율로 살 수도 있고 여러 가지 혜택이 많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크레딧 점수가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철저하게 고지서 등에 신경을 많이 쓴다. 특히 카드비가 청구되면 총금액을 한꺼번에 내지 않고 남겨두어 이자를 내는 게 크레딧에는 좋다.


참 여기는 카드 결제 시 일시불이나 3개월, 6개 월등 구매할 때 결정하지 않는다. 카드 사용 후 한 달 뒤에 전체 금액이 나오고 최저금액만 내면 된다. 얼마를 내든 최저금액 이상만 내면 내 맘이고 돈을 조금만 내고 남은 금액이 많아져 이자를 많이 내는 걸 좋아한다. 결국 은행이 이자를 많이 받겠다는 계산이다. 이자는 상대적으로 엄청 비싸다. 즉 이자를 많이 내고 크레딧을 쌓으라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카드값도 빚이라 여겨 되도록이면 한 달에 쓴 청구액을 한꺼번에 내야 불안감이 적어지는 사람이다. 오래된 습관을 버리기엔 아직 젊나 보다. 그냥 다 낸다. 그러니 난 아직도 점수가 낮은, 카드 한도액이 낮은 신용 없는 사람이다. 이 사회에선...

 

이민을 처음 온 그 당시에 여기에서의 크레딧 점수가 제로이니 한국에서의 재산세나 회사 경력, 월급 명세서, 세금 반환 등 모든 서류를 아파트 측에서 요구했다. 한국의 서류들을 영문화하고 공증까지 받는 까다로운 절차를 걸쳐야만 했다. 또한, 한집에서 살아야 하는 아이가 동성이면 그나마 부모방과 아이방 두 개면 되지만 만약 아이들이 이성 즉 아들, 딸이면 각각의 방이 필요해서 방 3개짜리 아파트를 렌트해야만 하는 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 우리는 다행히 딸만 둘이어서 방 두 개와 욕실 두 개만 있어도 되기에 돈을 절약할 수 있었다. 강아지가 있다면 한 마리당 추가로 $50을 더 내야 하는 데 카페트의 오염방지 차원일 터이다. 이런저런 서류가 없는 사람은 Co-Sign(대리인)을 해줄 수 있는 크레딧 점수가 높은 즉, 750점 정도의 사람을 찾아야 한다. 


타운 하우스나 콘도는 비슷하지만 틀린 점이 많다. 같은 점은 개인 소유로 집을 사고팔 수 있어서 세컨드 하우스로 사서 렌트를 줄 수도 있다. 한국의 아파트와 같은 개념이 여기에선 콘도라고 보면 된다. 콘도는 아파트처럼 2, 3층의 건물로 지하까지 4개 층인 경우가 많고 개인 소유이다 보니 재산세는 물론 공동 관리비(HOA/Home Owner Associate)를 내야 하는 집이다. 공동 관리비는 공과금이 아니기 때문에 렌트하는 사람이 내지 않고 집주인이 내야 하는데 관리비가 공과금보다 많다는 게 흠이다. 집을 소유는 하고 싶은데 집 관리에 신경 쓰고 싶지 않은 은퇴자들이나 직장인들 싱글족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Senior House(시니어 하우스)의 55세 이상인 사람들만 살 수 있는 곳이나 Nursing home (널씽홈)이라 해서 케어를 받아야만 하는 노약자들의 하우스도 모두 콘도 개념에 속한다.

 


타운 하우스는 싱글 하우스와 같아서 개인 소유의 집이지만 4-6개의 여러 집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기다란 큰집처럼 생겼다. 보통 지하와 1.2층으로 되어있고 차고가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다. 처음 내가 타운 하우스를 계약할 때는 차고의 중요성을 모르고 차고가 한 개 층의 반을 차지하는 게 아까워서 당연히 없는 것으로 계약을 했는데, 알고 보니 차고 안에 1층의 부엌과 바로 연결되는 문이 있어서 출입도 편하고, 비가 와도 비 맞을 일이 없고 눈이 와도 눈 치울 걱정이 없고, 차 안이 춥거나 더울 일도 없고, 잡동사니를 넣어둘 창고 역할도 하고, 무엇보다 마트에 다녀와 무거운 짐을 차에서 집안으로 옮기는 일 등 이런 많은 혜택이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이런저런 이유로 차고가 있는 집이 없는 집보다 비싸기도 하고 집을 팔 때도 유리하기 하다는 것도 몰랐다.


타운 하우스도 콘도와 비슷한 건 HOA 즉 공동 관리비가 있는데 콘도는 공과금 이외의 모든 비용(엘리베이터나 잔디 건물 청소 등등)을 공동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관리비가 비싼데, 타운 하우스는 잔디나 지붕 등은 소유주가 관리하고 수영장이나 헬스장 같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용료만 내기 때문에 관리비가 콘도보다 싸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린 젊은 세대나 싱글 하우스가 부담스럽고 관리하기가 힘든 은퇴자들, 자녀들이 모두 떠난 하지만 언제 쉬러 올지 몰라 빈 둥지를 지키는 부부들이 자그마한 자기들만의 덱과 하나 정도의 차고가 있는 작지만 알찬 타운 하우스를 좋아한다. 

  

하지만 단독으로 된 싱글 하우스가 아닌 공동주택이므로 잔디관리나 지붕 수리 등 공동의 힘으로 하는 일들이 많으므로 이웃과 잘 소통해야만 한다. 인도 사람들만 있는 곳에 한국 사람 한집이 끼게 되면 외톨이가 될 수 있고 미국 사람들만 있는 한 건물에 중국사람이 살게 되면 서로가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5가구 중 한 집만 특이해도 그 건물 전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현관문이나 창문 교체도 바꿀 수 없고 빨래도 덱에 널 수 없다

그래서 현관문이나 창문 등 밖에서 보이는 어떠한 것도 소유주 마음대로 바꿀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지붕에 케이블방송 케이블을 얹어 놓으려면 HOA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내 집 앞 나무를 자르려 해도 허가를 받고 잘라야 한다. 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공동재산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서로를 보호하고 감시한다. 어떤 한국 사람은 덱 밑에 호박을 심었는데 넝쿨이 옆집으로 뻗어져 나가서 곤혹을 치루기도 하고, 빨래를 덱에 널어 말리는 게 법적으로 금지된 걸 몰라 경고를 받은 사람도 있다.

 


한국으로 치면 단독주택인 싱글 하우스는 당연히 개인 소유의 집이고 HOA도 없다. 큰 커뮤니티 같은 경우 콘도와 타운과 싱글이 조화롭게 섞여 있는 곳에서는 HOA가 물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싱글 하우스는 1 에이커나 2 에이커 정도의 땅에 건평 100여 평으로 땅들이 크니 집들이 띄엄띄엄 길을 따라 줄지어 있다. 1 에이커 이상이면 정화조를 개인적으로 설치하고 2~3년에 한 번씩 Septic(부패처리)에서 처리하게끔 해야 한다. 나는 2년의 기간을 넘길세라 싱크 밑에 날짜를 적어놓는다. 탱크가 넘친다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니까... 도시가스도 연결되어있지 않아서 프로판 가스나 오일가스를 개인적으로 설치하고 회사와 계약을 하는데 한 번은 히터가 고장 난 줄 알았는데 고지서를 분실 한지도 몰라 가스가 바닥난 상태에서 급하게 넣어 추위를 막았는데 어찌 단 한번 요금을 내지 않았다고 10여 년의 단골을 모른 척한단 말인가? 미국 사람들은 정직하게 독하다.

 


나는 아파트에서 2년을 타운 하우스에서 3년을 살다가 싱글 하우스로 이사 왔는데 처음부터 이 집을 사려고 한 건 아니다. 부동산에서 싱글 하우스 대여섯 집을 보여줬는데, 모두 커뮤니티가 형성이 되어 한마디로 HOA를 내는 공동관리를 하는 그런 집이었고 이 집은 한국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오래된 미국 사람들만 사는 동네라 이런 싱글 하우스는 한국 사람들이 싫어하는 집이라고 말했다. 

  

왜 싫어하는지를 살면서 알게 되었지만, 그때는 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보기에는 그림 같은 집이지만 그림 같은 집을 유지하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밖에서 보이는 20미터 이상의 키 큰 나무들이 360도 집 전체를 두르고 있어서 매년 나무와 잔디의 뒤치닥 거리를 해야 하는데 봄이 시작되면서부터 늦가을까지 매주 한 번씩 잔디를 깎아야 한다. 가을엔 두 차례에 걸쳐 낙엽을 치우는 차가 와야 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고 겨울엔 눈을 치워줘야 잔디가 죽지 않는다. 태풍이 불어 나무가 쓰러져 집이나 사람을 헤칠까 겨울이 되기 전 낙엽이 모두 떨어지면 집 주변의 위험한 나무들을 잘라주어야 하는데 한그루를 자르는데 $500 이상의 돈을 지불해야 한다.  

  

처음 우리 집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숲 속에 있는 산장 같다고 하고, 수목원에 들어와 산소를 실컷 마시는 것 같다고 한다. 숲에서 모닥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을 때의 행복 빼고는 난 나무가 한그루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

 

싱글 하우스도 타운 하우스와 같은 구조로 지하와 1, 2층으로 되어있다. 타운에 비해 크기가 조금 큰 집도 있고 정말 어머 어마하게 큰 집도 있다. 집안에 단독으로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도 있고 실제 사이즈의 농구장 코트가 있는 집도 있으니 얼마나 큰지는 상상에 맡기고... 

 한국이 앞마당 문화라면 미국은 뒷마당 문화다


내가 사는 집은 중간 정도 크기인데 길게 드라이브 웨이를 따라 서클을 지나면 바로 두 개의 차고가 있고 집 중앙에 1층 현관문이 있고 문을 열면 왼쪽은 리빙룸, 그 옆으로는 썬룸이 있어 하루 종일 햇볕이 내리쬐어 화초들을 키운다. 오른쪽엔 다이닝 룸이 있고 중앙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 옆을 끼고돌면 서재와 화장실이 있고 계단 뒤 안쪽으로는 패밀리룸과 주방이 있어서 현관에서는 패밀리 룸과 주방이 보이지 않아 사생활 노출이 되지 않는다. 주방 뒤 쪽으로 모닝 룸이라 해서 작은 식탁 테이블이 있어서 보통 우리 가족이 같이 식사를 하는 곳이다. 모닝 룸 옆에 있는 작은 문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덱이 연결되어 있다. 덱에서 뒤로 연결되는 뒷마당에 우리 집은 없지만, 다른 싱글 하우스는 수영장과 테니스장 등이 있어서 모든 놀이가 뒷마당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 한국이 앞마당 문화라면 미국은 뒷마당 문화다.

 

해마다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홈커밍 파티(Home coming party 학년 초에 열리는 파티)나  프람파티(Prom Party 12학년을 위한 파티)를 우리 집에서 하는 걸 나는 허락해야 한다. 우리 딸들이나 딸 친구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덱에서 40여 명의 남녀가 모여 웨딩 촬영을 하듯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반지를 주고받듯 꽃 한 송이씩을 여자의 팔목에, 남자의 가슴께 턱시도 주머니에 꽂아주는 모습을 부모들이나 친구들이 와서 왁자지껄하게 사진을 찍는다. 나무와 잔디가 멋지게 어우러져 있는 우리 집 뒷마당이 너무 이뻐서 우리 딸들은 우리 집 마당에서 야외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한다. 항상 이쁘게 유지하는 저게 다 돈인데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태풍이 분다고 한다. 너무 나이가 많아 오래되어 빛바랜 나무 한그루가 불안하다. 지하로 대피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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