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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향한 첫걸음이 된 해부학

CTY 존스 홉킨스 썸머 영재 캠프

by 멜랜Jina

CTY 영재 썸머 캠프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캠프라 많은 학생이 참여하는데, 학생 모두가 존스 홉킨스 캠퍼스에서 공부하기엔 부족해서 다른 대학과 연계해 3주간 캠프를 동시에 진행한다. 그만큼 CTY는 미국에서 캠프를 경험하고픈 아이들에게는 선망의 대학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FRANKLIN & MARSHALL College라고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대학에서 참여하게 되었고 집에서 두 시간 거리쯤 되는 곳이었다.


선택할 수 있는 과목도 아주 다양하다.


수학에서부터 과학, 문화, 예술뿐 아니라 창의적인 수업인 레고를 만드는 과목까지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각자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수학과 영어시험이 있는데 두 과목 모두 합격하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지만, 영어 점수는 안되고 수학만 통과 한다거나 수학은 안 되고 영어만 점수를 통과하면 과목을 정하는데 제한이 있다.


우리 아이는 두 과목 모두 기준 점수를 받아서 과목에 제한을 받지 않았지만, 어떤 아이는 수학만 합격해서 문학적인 분야의 과목을 선택할 수 없어 다시 한번 시험에 도전했고 마침내 원하는 과목을 듣게 되어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어린아이들의 캠프이지만 정확한 점수 제한을 두어 정말 원하면 그 과목에 최선을 다해서 공부해야 함을 제시하는 제도라 생각된다. 또한, 합격 점수 이상의 아주 높은 점수를 맞으면 그에 따른 보상이 따른다. 학생과 부모를 학교에 초대해서 상을 받는 영광을 준다. 이 또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에서 어워드를 통해 자부심을 심어주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마침 할머니 할아버님이 미국에 방문하신 기간에 어워드를 받게 되어 함께 대학을 다녀왔다.


지금은 두 분 모두 돌아가셨지만, 사랑하는 손주가 존스 홉킨슨에서 큰상을 받는다며 얼마나 주위 분들에게 자랑하시며 기뻐하셨는지 지금도 눈에 선한 모습이시다.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분이 큰 무대에서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손수 상을 주고 사진을 찍으며 아이들과 악수와 포옹으로 그들에게 학교에 대한 자긍심과 더불어 부모의 박수를 받는 영예로운 자리가 되었다.


지금도 그때의 사진이 조금은 빛바랜 추억으로 남아있지만,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공부한 성과를 우리의 부모님에게도 보여줄 수 있어서 힘든 미국 생활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그때 보여드리지 않았나 한다. 전통이 오래되었기도 하지만 메릴랜드주에 볼티모어라는 작은 도시에 아담하면서 높은 대학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고풍스러운 대학이 집 근처인 것도 하나의 큰 행운이었다고 본다.


만약 하버드가 집 근처에 있었다면 그 대학이 우리와 조금 더 밀접한 학교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거 같다. 그래서 사는 곳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아이들 정서와 꿈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반대로 집 부근의 환경이 위약한다거나 위험한 곳에 노출이 되었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 또한 적잖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생각된다.


한국은 농촌 지역이나 산간지역 그리고 외지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조금이나마 가산점을 주고 있다고 들었다. 미국은 지역보다는 집안의 환경을 본다. 만약 집안에서 최초로 대학에 지원한다거나 최초로 의대에 혹은 로스쿨에 지원할 때 가산점을 준다. 또한, 한국은 거의 그럴 일이 없지만, 미국은 인종에 따른 퍼센티지가 학교마다 규정되어 있어서 인종이 다르면 그에 따른 가산점이 다르다. 예를 들어 흑인은 백인이나 우리 같은 아시안에 비해 열악한 환경임을 감안해서 그들에게는 다른 규정이 적용된다.


흔히들 이렇게 말한다.


'내가 만약 흑인이나 스페니쉬였다면 나도 하버드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만약 인디언의 피가 0.3% 이상 있었다면 특례법으로 좋은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라는 말도 있고 ‘내가 라스트 네임(성)이 미국 사람이라면… '하며 아쉬워하는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대학마다 나름 공평한 잣대를 대려고 애쓰고 있다. 물론 공평이란 시선이 누구에게나 같을 그릇일 수는 없다. 무엇보다 문화와 전통 그리고 그 시대의 시대상을 잘 반영하는 일이 중요하다.


암튼,


우리는 존스 홉킨스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어서 홉킨스에 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고등학교 때 존스 합킨스에서 대학 진학에 관한 세미나를 열어서 우리 아이는 그분의 명함을 얻어 인턴의 기회를 잡은 걸 보아도 자신이 정말 원하면 그 길은 열려 있다고 본다. 물론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다면 그건 기회가 아니라 그저 스쳐 가는 바람일 뿐이다. 그 기회는 잡으려 하는 자에게 보이는 것이고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노력이 그 기회의 첫 발걸음이라는 것은 말해 뭐하랴..


처음으로 돌아가,


드디어 여름 3주간의 캠프가 시작되었다. 3주간씩 두 번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1기에 할 것인지 2기에 할 것인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추어 정한다. 어떤 아이는 두 번 모두 하는 아이도 있다고 들었다. 같은 과목을 두 번 하는 아이도 있고 다른 과목을 듣는 아이도 있어서 6주간 프로그램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아이의 성향과 재력(?) 맞추어 정하면 된다. 우리 아이는 해부학을 1기에 선택했다. 해부학을 고른 이유가 참으로 신박하다. 여러 과목을 생각해 보더니 의대를 가는 꿈이 과연 자신의 꿈일까? 아니면 엄마가 여의사가 꿈이었는데 혹시 엄마의 영향으로 자신의 꿈이 대신 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나 보다.


자신의 꿈인지 엄마의 꿈인지 스스로 알고자 해부학을 선택한다는 말에 자신의 꿈 찾기를 진심 바랐다. 50대인 나도 나를 알아가는 여정을 거치고 있고 죽을 때까지 내가 누구인지 찾는 게 인생인데 감히 10대가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까? 뭐든 스스로 찾는 여정에 박수를 보냈다. 일단 과목에서 느껴지듯이 해부학이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어떠한 작은 미물에도 메스를 댄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적으로 내 친구가 한국에서 의대에 들어가 첫 시간에 쥐를 해부하는데 토할뻔했고 거의 기절할 정도로 싫었다는 말을 살짝 들은 바가 있어서 어린아이가 특히나 고등학생에 들어가려는 나이대에서는 동물을 해부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리라.


해부학이라는 과목 선택을 하고 3주간 대학 기숙사에서 지내려니 필요한 물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진짜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이라 텅 빈 방에 덩그러니 딱딱한 침대와 매트리스 그리고 작은 책상뿐이었다. 매트리스 커버와 이불은 물론 베개와 작은 선풍기 거울 심지어 옷을 거는 행거까지 준비를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일이었다. 1년을 살든 한 달을 살든 단 며칠을 살든 필요한 건 반드시 필요한 건 필요한 건데 그 당시엔 미국 기숙사에 정말 아무것도 없나? 혹시 학교가 오래되고 낙후되어 그런가? 싶었는데 아니다. 모든 대학이 똑같은 패턴을 가지고 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영국의 옥스퍼드도 똑같은 시스템으로 대학이 운영된다.


화장지와 세면도구며 샴푸 린스까지 모든 걸 챙겨 드디어 캠프에 들어갔다.


아빠와 떠난 아이는 아주 씩씩한 모습으로 학교에 입성했다. 한국에서 남편이나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해본 적이 없기도 했지만 학교마다 기숙사가 없는 학교가 많아 학교 기숙사에서 어떠한 생활 패턴을 가지고 사는지에 문외한이라 우리 집안에서는 처음으로 기숙사 생활을 아이가 한 셈이다. 그것도 미국에서 말이다. 신기하기도 하고 조금 힘들겠다 싶었지만 내심 기숙사에 대한 로망을 아이가 대신해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했던 거 같다. 그저 3년만 미국에서 살아보자는 말에 남편을 따라갔던 미지의 세계에서, 아이들은 그들의 미래를 위해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딛는 첫걸음이 바로 CTY 가 될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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