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오> 베를린 슈타츠오퍼
월간 객석 2021년 10월호에 실린 베를린 슈타츠오퍼(국립오페라) <피델리오> 리뷰입니다. 이번 리뷰는 로코 역을 노래한 연광철 선생님 인터뷰에 더 집중했기에 분량이 길지 않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베를린에 있는 3개의 오페라 하우스를 레스토랑에 비유한다면, 도이체오퍼는 특급호텔의 뷔페와 같고, 베리 코스키가 이끄는 코미셰 오퍼는 유명 셰프의 퓨전 레스토랑 같다는 느낌이다. 반면 슈타츠오퍼는 귀족적인 느낌이 가장 강하다고나 할까. 냅킨의 위치, 의자의 각 조차도 흐트러짐이 없고, 카리스마 넘치는 매니저가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을 것 같은, 오랜 역사를 가진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느낌이다. 그런 슈타츠오퍼가 2021/22 시즌을 베토벤의 <피델리오>로 시작했고, 베이스 연광철이 로코 역을 노래했다.
2016년에 초연된 이 프로덕션은 당시 81세의 전설적인 연출자 해리 쿠퍼(1935-2019)와 스타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의 15년 만에 협업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악보를 들고 즉흥적으로 <피델리오>를 해본다는 ‘극 중 극’의 콘셉트였다. 휘황찬란한 빈의 무직페라인 골든 홀의 배경이 단지 천조각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며 쏟아지면,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의 지하감옥을 본뜬 무대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박한 일상복을 입은 등장인물들이 반복적으로 실제의 극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쿠퍼의 접근 방식은 이미 그가 코미셰 오퍼에서 수석 연출가로 재임하고 있던 중(1981-2002), 1997년에 선보인 <피델리오>에서도 이미 목격된 바 있었기에,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이 상당수였다. 그의 친절하지 않은 연출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의례적인 박수’(BR클래식), ‘관객들의 지친 박수와 빠른 퇴장’(벨트) 등으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난해 탄생 250주년을 제대로 축하받지 못한 베토벤이 쓴 유일한 오페라는 우울했던 지난 시즌을 보낸 극장에서 새로운 시즌을 여는 시그널로 의미를 확장했다. 지휘를 맡은 알렉산더 소디는 슈타츠카펠레 베를린을 이끌고 깔끔하면서도 안정적인 앙상블을 들려줬다. 각 출연진들도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는데, 그중 우리에게 섬세한 가곡 해석으로 유명한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는 악랄한 돈 피자로를 맡아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사람은 좋지만 돈 좋아하는 속물적인 캐릭터, 로코 역을 맡은 베이스 연광철은 연출의 의도에 따라 인간 연광철이 노래하는 로코로 분했는데. 관객들은 이 베를린 캄머쟁어에게 아낌없는 박수로 화답했다.
공연을 만전을 기하면서도 오랜만에 베를린을 방문한 가족과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베이스 연광철과 전화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베이스 연광철 인터뷰 이어서 읽기
https://brunch.co.kr/@jinaohmezzo/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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