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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는 너무 어려워

보육원을 퇴소하고 현재까지의 나

by 진아로 Feb 13. 2025

보육원에서 퇴소하고 나와 홀로 선 지 1107일이 되었다. 시설에서 사는 동안엔 내가 혼자 산다는 것을 잘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막상 사회에 내던져지니 어떻게든 살아가게 되어 벌써 1000일을 넘게 혼자 살았다.


첫 1년은 거의 칩거생활을 이어나갔다. 집에서 나가지 않았고 최소한의 외출만 하곤 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을뿐더러 나름 집이라 생각했던 시설에 놀러 간다 해도 이럴 거면 왜 퇴소했냐며 핀잔을 주는 선생님들이 있었기 때문에 딱히 마음 둘 곳도 없었다.


2년, 3년째는 우연한 기회로 서울에 올라와 여러 사람을 만나며 많이 변화했다.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십에 지원해 선정되어 일하기도 해 보고, 또 교회에 나가며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무엇보다 내가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준 거 같다. 물론 고등학생 때부터 앓아온 우울증과 무기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적어도 사람을 기피하진 않게 되었다.


좀 살만해지니 내가 갖고 있던 꿈이 떠올랐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꿈. 나의 목소리를 통해 누군가가 용기를 얻고 삶을 살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는 꿈. 이런 내게 “너는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야. “ 라며 핀잔을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믿는다. 계속 꿈을 갖고 살아왔으니 언젠가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그것이 말이든 글이든 상관없이.


누군가 보기엔 허무맹랑한 꿈을 꾼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내 이야기를 하고 자립준비청년들의 삶을 알리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성공한 자립준비청년들의 모습만 사회에 비치는 것, 그리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이들의 모습만 비추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렇게 평범하게 또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있음을 모두가 알았으면 한다. 그러기엔 우선 나부터 삶을 잘 살아내야겠지.


서툴지만 오늘도 홀로 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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