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바꿔 불러주세요
나는 보육원에서 10년을 살았다.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늦게 입소한 셈이었지만 선생님들의 우려를 뚫고 제법 잘 적응했던 거 같다.
중학교에 올라가게 되면서 고아냐며 장난치던 친구들에게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살던 원의 이름을 대며 아무 말이나 내뱉는 친구가 원망스러웠다.
“거기 고아원 아니야? 엄마 아빠가 버린 애들 가는 곳”
내가 대체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상황을 파악하는데 좀 걸렸다. 일단 고아원이라는 단어가 거슬렸고, 엄마 아빠가 버린 애들이라는 것도 짜증 났다. 다 각자의 이유로 보육원에 들어왔고, 부모님이 버젓이 계신 나도 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고아원이라는 말 별로 안 좋은 거 같아. 그리고 다 부모님 안 계신 게 아니야. 가정폭력 당하면서 부모랑 사는 게 낫겠어, 보육원에서 사는 게 낫겠어?”
원래 보육원이 너무 싫었던 나지만 거기 사는 내 친구, 동생들이 고아 취급받는 게 싫었다. 물론 싫었지만 대화를 통해 잘 모르기 때문에 저렇게 이야기한다는 결론에 다다라서 화를 좀 풀게 되었다. 사실 나도 보육원에 처음 들어갔을 때 다 부모님이 안 계신 줄 알았으니까. 내가 열 분을 토하자 잘 몰랐다고 말해줘서 고맙다는 친구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같다.
나는 보육원에 살았던 것이 부끄럽지 않다. 물론 우여곡절이 있었고 그곳을 사랑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미워하지도 않는다. 원래 당사자는 욕할 수 있어도 다른 사람이 욕하면 괜히 기분이 나쁘고 그런 거다. 내가 딱 그런 마음으로 고아원이 아니라 보육원이라고 친구의 말을 정정했다.
요즘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뉴스 기사도, 지원도 많이 늘어난 상태라 많은 사람이 예전보다 더 시설에 관심을 가지고 후원도 하고 물건도 가져다주시는 등 마음을 쓰는 사람이 확실히 늘었다. 무지하던 예전에 비해 훨씬 보육원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사람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여전히 고아원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면, 이 글을 읽고 단어를 바꿔 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시설이 전쟁고아로부터 시작된 건 맞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고 상황이 바뀌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육원의 아이들에게, 또 원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져준다면 감사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