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로 Aug 18. 2024

수련회에서의 잡념

교회 수련회를 뒤로 하고 시외버스에 올랐다.


많은 사람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시간을 돌려 2일 차 저녁집회를 떠올려보았다. 기도하는 것도 잠시, 말이 안 나오기 시작했다. 기도를 잘해야 한다 생각했었나? 고조되어 있던 감정은 금세 식어버리고 멍하게 다른 사람들의 기도를 지켜보게 되더라.


바닥에 엎드려 우는 사람도,

두 손을 높이 들고 찬양하는 사람도,

조용히 편안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람도.


모두가 한 분을 향해 기도하고 있는데, 나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저렇게 뜨겁게 기도하고 있나? 저렇게 열정적으로 하나님과 만나려 하고 있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내가 너무 위선적이진 않을까?


회복하고 싶다면서 그 어느 노력도 안 한다는 생각이 밀려오니 더 기도를 이어가는 게 부끄러워졌다.


회복을 원하며 나아간 자리가 괴로움으로 가득 차버렸을 때 하나님마저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결국 수련회 일수를 다 못 채우고 나온 내가 미우면서도 잘 버텼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사실 내 신앙의 회복을 막는 가장 큰 것은 나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다.


난 아프니까 이게 최선인 거야.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머릿속을 꽉 채워버렸고 그런 내게 공황발작과 우울증은 큰 방패가 되어주었다. 항상 이런 식으로 나를 감싸고자 하는 내가 역겨웠다. 하나님께선 이런 나도 사랑하실까? 이런 나도 구원받을 수 있나? 멍청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멍청한 나. 영영 이렇게 살 거 같아 두려워 생각을 멈췄다.

작가의 이전글 고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