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수련회를 뒤로 하고 시외버스에 올랐다.
많은 사람 속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시간을 돌려 2일 차 저녁집회를 떠올려보았다. 기도하는 것도 잠시, 말이 안 나오기 시작했다. 기도를 잘해야 한다 생각했었나? 고조되어 있던 감정은 금세 식어버리고 멍하게 다른 사람들의 기도를 지켜보게 되더라.
바닥에 엎드려 우는 사람도,
두 손을 높이 들고 찬양하는 사람도,
조용히 편안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람도.
모두가 한 분을 향해 기도하고 있는데, 나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저렇게 뜨겁게 기도하고 있나? 저렇게 열정적으로 하나님과 만나려 하고 있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 내가 너무 위선적이진 않을까?
회복하고 싶다면서 그 어느 노력도 안 한다는 생각이 밀려오니 더 기도를 이어가는 게 부끄러워졌다.
회복을 원하며 나아간 자리가 괴로움으로 가득 차버렸을 때 하나님마저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결국 수련회 일수를 다 못 채우고 나온 내가 미우면서도 잘 버텼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사실 내 신앙의 회복을 막는 가장 큰 것은 나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다.
난 아프니까 이게 최선인 거야.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머릿속을 꽉 채워버렸고 그런 내게 공황발작과 우울증은 큰 방패가 되어주었다. 항상 이런 식으로 나를 감싸고자 하는 내가 역겨웠다. 하나님께선 이런 나도 사랑하실까? 이런 나도 구원받을 수 있나? 멍청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멍청한 나. 영영 이렇게 살 거 같아 두려워 생각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