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공간

by 라라

빈센트 반고흐가 생애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낸 <노란 집>이다. 이 집의 바깥벽은 그가 좋아하는 노란색이고, 내부는 흰색이었다. 햇빛이 잘 들고 음식도 맛있는 이 집을 빈센트는 무척 만족해핬다. 빈센트는 이 집을 '노란 집'이라 불렀고, 이곳에서 그의 생애 가운데 가장 행복한 시기를 보낸다. <태양을 훔친 화가 빈센트 반고흐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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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에게 소중한 나만의 공간이 있다. 여러분은 어떤 공간이 나만의 공간인가? 나의 경우, 아침시간에 일찍 일어나면 학원에 나가기 전 카페에 잠깐 들러, 책을 읽거나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을 한다. 길어야 2~3시간 정도이지만, 이 시간이 오롯이 혼자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가끔 밤에는 집 근처에 있는 둑길을 혼자서 걷는다. 저녁 공기를 마시면서 하염없이 걷는 시간 또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머리를 비울 수 있는 시간이다. 심신이 많이 지쳐있었을 때, 미술학원 자리를 알아보려고 돌아다니던 중 집과 가깝기도 하고, 예쁜 전원주택촌이 눈에 들어왔다. 한적한 동네에 예쁜 집들과 주변의 풀과 나무들, 큰 레트리버를 키우는 집들이 좋아 보였다. 이것저것 따지는 것도 그땐 몰랐고 단순히 마음이 편해서 계약을 했다.


여러 집들 중 전체를 식물로 꾸며 놓은 집이 눈에 띄었다. 밖에서 보면 미니 식물원 같았다. 들은 이야기로는 집주인에게 구경하고 싶다고 하면 허락해 주시며 구경시켜 준다고 한다. 언젠간 구경해 보고 싶은 집이다.


지친 내면 탓인지 모르겠지만 무슨 색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과거엔 항상 밝은 노란색이라고 답했던 나는 초록색으로 대답이 바뀌게 되었다. 학원 로고도 초록색으로 만들었고, 학원 내부에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식물을 잘 키우는 건 아니지만, 살아있는 생명인 식물을 키우고, 물을 주고 관심을 주는 것이 나에겐 많은 위로와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예술작품을 낳게 된 배경이나 모체가 되는 일상적 경험이라는 우회도로를 거칠 때 제대로 된 정착지에 도착하는 것처럼, 개개인마다 마음에 더 다가오는 색, 좋아하게 된 색도 그 사람의 특정한 경험과 연결이 된다. 지금 나의 취미는 초록색의 식물 뿌리내리기다. 가지치기를 해서 물에 담가 놓으면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물에 넣어 놨다고 뿌리를 내리는 식물들을 보면 자연과 생명은 참 신기하다. 산에 갔다가 거의 죽어가는 가지를 하나 들고 와서 집에서 물꽂이를 했다. 볼품없이 대만 남은 가지인데 어느 순간 옆구리에서 하얀 뿌리가 생겨 나오는 것을 보면서 감탄했다. 나는 현재 내가 있는 공간에서 작은 플렌테리어를 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공간과 시간은 있어야 한다. 내부에서 안정감을 찾지 못하면, 외부에서 안정감을 찾게 된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먼저 나의 내면에서 안정감을 찾아야, 그 안정감을 바탕으로 타인과 건강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자신의 내부가 잘 정립되지 않으면 외부나 타인으로부터 나의 것을 채우려는 시도가 계속 일어나게 되고 심하면 병리적인 수준에까지 이를 수가 있다. 내가 안정감이 있을 때, 타인도 나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내가 남을 찾아다니며 의존하는 것이 아닌, 나와의 시간에 더 집중을 할 수가 있게 된다.


요즘 시대는 너무 복잡하고 나에게 집중하기가 힘든 시대이다. 반 고흐가 노란 집에서 가장 편안한 시간을 보냈던 것처럼, 각자가 편하게 생각하는 색과 공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색이든 좋다. 나에게 가장 편안하고, 내가 좋아하고, 편안함을 느끼며 즐거워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그런 공간을 한번 만들어 보자. 그 공간에서 오롯이 나를 위한 외부로 부터 보호받는 편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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