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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Nov 13. 2023

임영웅의 하늘색 방석

하늘색 풍선 vs 하늘색 방석

며칠 전 

지하철을 타고 올림픽 경기장이 있는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할머니라 하기엔 너무 젊고, 아주머니 들이라고 하기엔 연세가 있는 정도로 보이는 분들이 하늘색 티셔츠를 입고 하늘색 방석을 들고 우르르 타는 게 아닌가.

이쪽 칸도, 저쪽 칸도 다 하늘색 티셔츠를 입은 젊은 할머니들이 가득 찼다.

이 근처에서 무슨 행사가 있었길래.. 꼭 아이돌 그룹 콘서트를 보고 온 느낌이 들었는데, 연령대는 굉장히 높았기에 콘서트는 아니고, 올림픽 공원에서 종교 집회를 했었나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중문화시나리오 학과의 수업을 듣는 나는 수업시간에 중장년층 팬덤 현상을 공부하면서 그때 그 하늘색 티를 입은 장년층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임영웅 콘서트를 보고 온 장년층들이었다. 

그때 팬들이 들고 있던 방석이  한참 눈에 들어왔다. 왜냐하면 누가 보기에도 푹신해 보이고, 질이 좋고 따뜻해 보였다. 저런 거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속으로 생각했는데, 임영웅 콘서트 좌석에는 극세사 재질로 된 그 푹신한 방석이 전 좌석에 다 깔려 있었다고 한다. 물론 팬들에게 주는 기념 선물이기도 했다. 임영웅 측은 팬서비스를 장년층에 맞추어 굉장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대부분 자녀들이 콘서트 표를 예매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서툰 부모님들을 위해서 즉석에서 재발매도 해준다고 한다. 휠체어를 타고 오시는 분들을 위한 배려도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앉은자리가 불편하고 차가울까 봐 두툼한 겨울 방석을 하나씩 자리에 배치해 둔 것도 장년층 팬들을 위한 배려였다. 내가 임영웅의 배려에 대해 아는 것은 여기까지지만, 임영웅 측이 부모님 팬들을 위해서 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굉장한 신경을 쓴다고 한다.


다문화 공부를 하면서, 우리나라 노년층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들이 많았다. 나 또한 연로하신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기에 피부로 매일 느껴지고 있는 부분이다. 부모님의 귀가 많이 어두워지는 걸 대화에서 매번 느끼고 있고, 우리 집의 TV 소리는 새벽부터 너무 크게 들린다. 공황장애 약을 타러 병원에 가서 하소연을 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TV소리를 너무 크게 틀어 놓고 하루종일 보신다. 했더니, 의사 선생님은 노인들의 친구는 TV라고 생각한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서, 내가 부모님의 나이 들어감을 더 세세하게 이해하지 못했구나 하는 반성을 한 적이 있다. 


이젠 이런 팬층에 대한 배려가 없으면 팬들의 마음을 살 수가 없다. 대중연예인들도 팬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팬덤 마케팅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키워드다. 한평생 가정주부로, 아내로, 며느리로, 어머니로 한평생을 바쳤고, 자녀들은 다 출가하고, 늙은 몸만 남은 아무것도 없이 덩그러니 남겨진 어머님들. 하지만, 5-60대는 이젠 너무 젊은 나이가 되어 버린 시대다. 이 오팔세대,  오팔이란 활기찬 인생을 살아가는 노년층(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약자이다. 

오팔세대는 시간적 여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시기이다. 어찌 보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한 시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현재 오팔세대는 자녀가 낳은 손자손녀를 봐주지 않겠다고 선언한다고 한다. 그동안 자녀를 키우기에 한평생을 바쳤는데, 손자손녀에까지 희생하고 싶지 않다는 자신의 삶을 살아가겠다는 의지이다.


임영웅 팬들의 하늘색 방석은 이젠 하늘 높이 훨훨 자신의 삶을 펼치라는 의미의 색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2000년대 초 GOD의 하늘색 풍선을 흔들던 10-20대 들에 이어, 20여 년이 지나 그들의 부모님들은 똑같은 하늘색 방석을 들고 자신의 꿈을 노래한다. 


요 며칠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나비아트센터 노소영 관장의 이혼 기사가 연일 이슈로 떠오른다.  30여 년간 결혼생활을 하고 시부모를 모시며 3명의 자녀를 낳고 키운 여느 어머니의 삶과 다를 바 없었던 노소영 관장에 에게 불리한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혼인기간 중 동거녀와 혼외자를 낳고서도 최태원 회장에게 더 유리한 법원 판결이 내려져 네티즌들의 댓글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남초커뮤니티에서도 예외는 아니라고 한다. 

법이 그렇게 판결을 내렸을지언정, 인간이 생각하는 인간으로서의 도리, 의리, 양심, 인간다움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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