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이 틀렸어'

일상에서 흔치않게 느껴본 사소한 실망감.

by jina S Kim

하루종일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루의 아침을 어떻게 시작하느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이라 생각한다.


'오늘 난 스타트를 잘못 끊었다'


해가 뜨고 아침이 밝아오면서

새로운 오늘을 그린다.

그것을 출발이라 여기고,

하루를 마무리 하기까지

나의 하루,

나만의 도화지 속 그림은 달라진다.



요즘은 고맙게도 생각보다

일찍 곯아떨어지는 경우도 종종있고

악몽에 시달리는 일 없이

잠도 아주 잘 자는 편이다.

혼자 멍하게 있는 시간들도 줄어들고,

기분도 부쩍 좋아짐을 느낀다.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이고,

그 과정의 끝이 이쯤이 아닐까

기대감도 살짝 있다.

저번 주 여행과 어버이날 행사로

지쳐있었기에

이번 한주는 약속 없이

오롯이 나를 위해

쉬는 시간으로 지정해두었다.


더불어 나를 몰아치는 생활은

이제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데, 하루종일 틈만나면

이상할 정도로 잠만 잤다.

책을 읽다 잠들고, 또 책 읽다 잠들고..

잠시 끼니를 떼우기 위해

저절로 눈이 떠지는것이

이상하리만치 신기하고

얄밉기만 하다.

재미있는 책이라 계속해서 읽고 싶은데,,

잠이란 녀석이 눈치없이

솔솔 피어올라

따신 손으로 나의 눈을

살며시 덮어버린다.

딸내미 픽업 알람소리도 듣지 못하고 유치원 선생님 전화에 화들짝 놀라 눈꼽도 떼지 못하고 헐레벌떡 뛰쳐나가는 꼴이란..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자전거를 고치러 바이크샵에 다녀오면서

동네 한바퀴 운동삼아 걸었다.

그게 그리 피곤할 일도 아닌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왁자지껄 떠들어대는 소리는

자장가처럼 감미로운 마냥

통통한 아들의 배를 쓰다듬으며

옆에 있다 그렇게 잠이 들다 깼더니 벌써 8시다.

아들은 태권도 가버리고,

일찍 들어온 남편은 저녁을 기다리는 눈치고,,

하루종일 읽지 못한 카톡메세지와 부재전화들.

오늘 딸의 친구와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도 잊고..

띵띵한 머리를 지압하며

미안한 마음에 답장을 보내고는

내 자신에게 조금 실망스러웠다.



내 생각과 내 몸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하루였다.


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해주지 못하거나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을 때

오는 실망은 이런 기분이구나..


쪽문틈 사이 스멀스멀 나오는 실망감이라

눈치채기 쉽지 않은듯 싶다.


정신없이 바빠서라면

그럴듯한 핑계를 대신하며

위안을 삼으련만,

별거 없는 사소한 일상 생활에서

오늘처럼 하루가 짧고

아깝게만 느껴지는 날도 흔하지 않다.


남을 대하는 마음이 삐뚤어져 나온 실망도 아니고, 타인에게 화가나서 느껴지는 실망도 아니고,

좌절에서 오는 그런 낙담의 실망도 아닌.


사소하게 느껴지는 나에 대한 실망이란...


이것이 더 크게 느껴지는 이유가

사실 별 볼일 없음을 알면서도

잠시 떠올려보기도 한다.


이런 쓸데없는 집착때문일까.

자존감이 그리 낮지 않은 듯한

내가 슬픔과 우울에 휩싸여

이상 증세를 보였다는 게

믿어지지 않기도 하다.


꼭 하루의 출발만이 아니더라도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의 출발을

새롭게 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을테니-


그래서 독감-정도라 믿기로 했다.

상담치료도 계속 진행중이고,

약도 매일 밤 입 한가득 털어넣고

잠자리에 들지만,

예전보다는 호전된 나의 상태와 생활을 보면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하는 자세를 갖으라는

충분한 이유와 목적을 마련해주기도 하니까-


이것은 나조차 알지 못했던
나를 나답게"
성장시켜주는
또 다른 이유가 아니였을까


13 May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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