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길을 염려하며 빵조각을 남기는 지금의 내가 어색한 월요일 아침.
나는 오랫동안 빵가루를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웠다. 돌아오는 길을 위해 빵 조각을 남겨두는 일 따위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몸과 가슴은 평생 한 번만 주어지는 것이렸다, 결코 두 개의 삶을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더불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 충실할 것을, 멀리 내다보는 결정 따위는 어차피 가능하지도 않으니 현재의 결단에 충실할 것을 스스로에게 명령했던 것 같다. 어차피 한 번밖에 못 사는 인생.
그래서 나의 노스탤지어는 아담하지만 아름다운 집과 초록 마당, 그 위에서 나의 아이가 뛰노는 목가적 장면과 관련이 없었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친구들과 퍼 마신 술 병이 어지럽게 놓여 있는 타락한, 그리고 가끔은 외로운 골방이 나의 노스탤지어였다.
갑자기 나는 변했거나, 아니면 조금씩 궤도를 수정해 여기 서 있다. 회사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이거나 남편에게 힘내라고 토닥이는 아내이거나 콩을 먹어야 키가 큰다고 격려하는 엄마. 지금 내 삶의 모든 뼈대들은 돌아올 길의 방향과 거리, 그 땅의 포장 상태까지 계산해 빵가루를 뿌려놓는 태도에 가까워져 있다.
한 주가 시작되느라 할 일이 많은 월요일 아침이니까, 평소보다 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나의 행동에는 술 병으로 어지러운 골방의 흔적을 결코 찾을 수가 없다. 그나마 하나 남아 있는 건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빈 사무실에서 연달아 피우는 담배 정도? 적어도 영화 마지막에 마약에 중독돼 객사한 채 발견되는 재즈 피아니스트가 될 수는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재즈 피아니스트에 대한 선입견 죄송합니다)
이번 주 할 일을 주르륵 리스트업하고 보니 갑자기 나 스스로가 어색한 기분이 든다. 친구와 습관처럼 인생 이모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섞은 안부인사를 나누고, 이미 '표준의 삶'에 침잠해 혈기를 잃은 나를 새삼 발견한다. 잊기 전에 사각사각. 왠지 글쓰기 내용이 다 이 따위냐.
어쩌면 데스크톱 전원을 끄고 사무실을 박차고 나갈 수 있는 이 순간을, 나는 나중에 평생 잊지 못할 시간으로 남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선택이 나머지 전부를 후회로 만들었다고 투덜대면서. 아, 한 때의 나는, 하는 지겨운 탄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