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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나 Oct 12. 2021

40살에 목숨을 끊겠다던 다짐은.

"마흔 살까지 연기나 노래 등 모든 분야를 잘 마친 뒤, 그 이후에는 제 아내에게 인생을 바치고 가정을 꾸리면서 살고 싶다"


BTS의 뷔가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이 발언에 '로맨틱한 계획'이라는 설명이 붙었는데 내 해석 이런 낭만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이다. 젊은이에게 마흔은 청년의 정체성이 상실되는 시기다.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현재의 모습이 유지되는 시기는 30대까지인 것 같다.


나도 고딩 때 로맹가리의 죽음을 보면서 "나도 나의 죽음을 결정하겠다, 실존이란 이런 것"이라고 허풍을 떨었던 게 기억난다. 커트코베인처럼 불꽃 같이 타오른 뒤 40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일기에 써 갈기던 흑역사도 떠오른다. 물론 타오른 적이 없기 때문에 죽을 자격도 없다. 문제의 일기장은 어디 갔을까.


더 이상 꿈꾸는 게 버겁고, 돌봐야 할 자식과 자식은 아닌데 자식처럼 왜 돌봐야 하는가 궁금한 남의편이 곁에 있으며 직장에서는 나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나 싶은 자리가 있는 40살이 됐다. 아, 벌써 10월이네. 한때 나에게도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오늘은 모 대선캠프에 있는 한 인사와 점심을 먹으면서 경쟁자인 홍준표 의원을 평가했다. 총기가 떨어지는 발언은 차치하고, TV토론회에서 자세부터 구부정한 게 너무 할아버지 같다는 얘기가 나오자 상대가 "남자는 나이 60이 넘어가면 은퇴를 해야 한다. 뇌가 썩어버린다"라고 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이의 패기는 40살에 사라지고 60살이면 주위에서 간신히 견뎌내는 사람이 되고 만다.


젊은이가 발산하는 자신만만함과 육체의 아름다움을 상쇄하기에, 늙은이의 연륜과 경험이라는 것은 너무나 보잘것이 없다. 애초부터 연륜 같은 건 나이에 비례해 존재조차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연륜이라 불리는 것은, 이 유한한 유기체의 초라한 정신건강을 위해 고대부터 다 같이 외워오던 주문일뿐이다. 이런 소리를 하면 50대 선배들이 아직 젊은 게 꼴값한다고 한다. 이것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뭐, 한 때는 야망이 넘치던 소녀는 40살 현재가 서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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