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쥬르 Apr 06. 2023

꽃 같은 4월이 오길

폭풍 같았던 3월 결산


캘리포니아에는 3월 내내 폭풍우가 몰아쳤다. 날씨가 내 일상에도 깊이 침투한 듯.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한국은 온통 벚꽃과 개나리 천지다. 원래 날씨 좋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는 아직도 겨울 같은데 말이다. 한국에서 겨울을 보내고 오면 곧 봄맞이를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나는 여전히 겨울 속에 갇혀있다. 웬만하면 별 감정 변화가 없는 밍밍한 성격임에도 벚꽃 풍경만큼은 조금 질투가 난다. 물가 비싼 캘리포니아를 두고 '이게 다 날씨세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이젠 날씨세 좀 그만 내고 싶네.


4월을 맞이하며 지난 한 달 결산을 해볼까 한다. 브런치에는 주제가 있는 글 위주로 올려왔는데, 이웃 작가님들께서 가끔 일상 올리는 걸 보니 왠지 재미있어 보였다. 글로만은 알 수 없는 작가님의 다른 세계가 보이는 것 같아서... :) 나의 지인은 관심 있는 작가가 생기면 그분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해 어떤 걸 하는 사람인지 살펴본다고 한다. 조금 무서웠다. 인스타그램이 그런 용도로 쓰이다니... 하지만 난 무명씨 작가니 가끔 이렇게 일상을 올려도 괜찮을 거라 믿어본다. :)




헤드라잇 창작자 활동, 책 추천글 작업


3월은 이래저래 일이 많았다. 우선 개인화 크리에이터 뉴스 플랫폼, '헤드라잇'에서 창작자로 활동하게 되었다. 브런치를 통해 제안받았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이웃 브런치 작가님도 계셔서 반가웠다. 플랫폼이 하나 더 늘어난 것뿐인데, 할 일은 배가 되었다. 1) 우선 '헤드라잇'이라는 앱이 아직 인지도를 쌓아가는 중이라 플랫폼에 대해 설명해야 하고, 2) 내가 여기서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으니 '구독/좋아요' 부탁드린다고 홍보도 해야 한다. 뭔가 부탁하는 걸 어려워하는 내게 조금 버거운 일이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을수록 'energy draining(에너지 광탈현상)'이 심하다. 


글 쓰는 건 좋아하는 일이지만, 다른 창작자분들과 구독자/좋아요/댓글 수, 유입률 등을 비교하는 '공개 대시보드'가 있어 조금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 사랑방 단톡방도 주중엔 자주 못 봐서 메시지 수십 개, 수백 개가 쌓이곤 한다. 이곳에서도 '오카방의 유령'이 될까 두렵다.


또 하나는 브런치 이웃 작가님께서 부탁하신 책 추천 글이다. 와! 이렇게 전문성이 있어야 책 출간이 가능하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나를 떠올려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당연히 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내 글이야 한 번 망해도 다시 쓰면 되지만, 내 글이 다른 작가님 책에 떡하니 박힌다고 생각하니 그냥 쓸 수만은 없었다. 확실히 긴 글보다 짧고 임팩트 있게 써야 하는 글이 훨씬 어렵다. 여러 추천사를 읽어보고, 고심 끝에 추천 글을 보내드렸는데 맘에 드셨는지 모르겠다.



캘리포니아 폭풍우, 정전, 인터넷 두절


3월 내내, 주중 하루 이틀을 제외하고 매일 비가 왔던 것 같다. 쨍한 날이 드물었으니까. 비가 내리는 날에는 한없이 집에 웅크려 있게 된다. 아늑한 실내에서 세차게 비가 퍼붓는 마당을 바라보는 느낌이 의외로 좋았다. 사실 캘리포니아는 항상 '가뭄'이 문제였다. 가뭄으로 2021년에 산불이 나 하늘이 시뻘겋게 변했고, 작년에는 폭염이 한동안 계속되며, 물값까지 올랐다. 기후변화가 불러온 재앙이다. 


하지만 쟈스민 나무 새순이 송송 돋는 걸 보면, 나무와 꽃들이 비 오는 날씨를 좋아하는 건 분명하다. 문제는 (아래 영상처럼) 비바람이 무섭게 몰아치더니, 저녁에 전기가 나가버린 것이다. 이날이 추천 글을 보내야 하는 날이라 인터넷이 급히 필요했다. 그런데 인터넷 모뎀도 전기가 있어야 돌아가니, 전기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없구나! 


정전되었던 날,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던 오후


온 동네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 마치 아포칼립스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촛불을 여러 개 켜도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동네 친구에게 급히 SOS를 청했다. 친구네 집은 그전 주에 정전이 되어 거의 일주일 동안 전기와 인터넷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전기가 없으니 가라지 문도 열리지 않아 결국 친구가 나를 픽업하러 왔다. 늦은 시간에 갑자기 찾아가게 되었는데 샌드위치에 맛있는 와인과 안주까지 대접해 주고 너무나 고마웠다. 친구 남편 분 왈, 이 정도는 약과라고...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고층 빌딩 유리가 강풍에 다 깨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렇게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기고, 휴우~


10분 만에 저녁식사와 안주까지... 이 은혜를 어찌 갚으리오 ㅎ



일 폭풍과 함께 찾아온 책 지름신


회사 일도 급격히 늘어났다. 직급 변동이 있었고 당연히 일이 많아졌다. 팀에 두 명이 다른 팀으로 옮기고, 새 팀원이 들어오면서 조직의 변화도 있었다. 상황이 조금 안정되면 이 얘기를 풀어볼까 한다. 전반적으로 좋은 변화였지만, '왜 하필 3월에 다 몰려오는겨...' 라며 구시렁대었던 한 달이었다.


업무량이 늘어나면 나는 어김없이 kbookstore.com을 폭풍 검색하고 있다. 일이 많아지면 야근도 있고 주말에도 일해야 하며, 자연스럽게 읽고 쓰고 쉬는 시간은 줄어든다. 미리 느끼는 박탈감에,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종이책을 왕창 주문한다. 지름신의 원리다. 4월에는 악순환이 멈추기를 바라고 있다.


다행히 4월부터 '15분 인문학습관'이라는 북클럽에 참가하게 되어, 매일 15분 독서는 빼먹지 않고 하려고 생각 중이다.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비해, 읽는 양이 턱없이 부족해 배고픈 나날이다.



새로운 배움: Midjourney, Yoga


3월부터 '미드저니 AI 아트'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이것저것 벌인 일이 많아 한동안 온라인 강의를 다 내려놓았다. 거의 1년 만에 처음으로 등록한 온라인 수업이다. 강사분도 프로페셔널하시고, 함께 배우는 분들도 열정이 넘쳐 재밌게 배우고 있다. 연습량이 부족해 조금 아쉽다.


봄이 안 와서 꽃이 그리웠나 보다. 미드저니로 만든 플라워 패턴


1월부터 시작한 핫 요가. 올해 겨울에는 부디 정제된 모습으로 한국에 가고 싶어서 ^^ 작년엔 심하게 불어난 상태로 한국에 가 주변인들을 너무 놀래켰다. 요가원에서 한 시간 수업하고 나면 요가와 함께 사우나를 한 느낌이다. 어느 날은 수업을 마치고 나면 너무 개운하고, 또 어떤 날은 근육을 너무 많이 써서 잠을 잘 못 이룰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몸짱님들을 다 모셔놓은 듯. 내 군살이 몹시 부끄러워지는 시간이다. ㅎㅎ


스튜디오가 꽤나 쾌적하다. 너무 신성?한 분위기라서 사진 세 장 겨우 찍음


그러고 보니 오늘이 4월 5일 식목일이다. 작년에 올렸던 글에 담긴 풍경과 사뭇 다른 봄이다. 4월에는 이곳에도 봄이 찾아올까? 우리 동네에서도 흐드러진 벚꽃과 푸릇한 나무를 볼 수 있을지. 옆집 고양이가 우리 집에 놀러 와 일광욕하는 모습도 더 자주 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3월 달력을 앞에 두고 '드디어'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봄은 언제나 낯설다. 비장하고 화사하다. 갑옷을 내려놓듯 두꺼운 외투들을 욱여넣는다. "4월" 하고 소리를 내니 풋사과를 입에 문 듯 싱그러움이 온몸에 퍼진다. 초록색 전율이다. 햇살이 아까워 저절로 일찍 눈이 떠질 때, 마음이 쿵쾅거리고 미소가 새어 나올 때, 싱그러움을 보폭에 담을 때, 자발적으로 상냥해질 때, 이유도 없이 들뜬 우리의 얼굴은 봄의 단서다.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by 유지혜, 봄은 길을 짧게 만든다, p.91


이번 달은 시간적으로 조금만 더 여유가 생기기를. 거실에 여유롭게 앉아, 주문한 종이책도 짬짬이 읽어나갈 수 있기를. sns 소통도 간간히 할 수 있었으면. 요가도 좀 더 하고 춤도 더 출 수 있었으면. 몸이 분주할수록 마음속 위시리스트가 점점 늘어나는 요즘이다.




p.s. 3월 새롭게 시작한 활동과 함께 <실리콘밸리에 혼자 삽니다> 연재 일정이 조금 미루어졌습니다. 헤드라잇 활동 관련 글을 하나 더 올리고, 다시 주거 시리즈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