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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쥬르 Aug 03. 2022

II. 풍요로운 혼삶을 위한 5가지


<비혼, 풍유의 정원을 가꾸다>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타지에서 혼삶을 살아가는 한 ‘결핍의 시선’과 ‘풍요를 위한 갈망’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을 더욱 건강하게 즐기기 위해, 그러나 고립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혼자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하면 나의 결핍(meagerness)을 풍요(abundance)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말이다. 삶은 유동적이기에 목록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 다섯 가지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1. 일이 주는 경제적 풍요, 자존감


미국에서의 생계를 유지하는 제1의 수입원은 바로 나의 ‘본업’이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혼삶이기에 밥벌이도 정신적인 행복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 생업을 통해 나만의 커리어와 전문성을 쌓으며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


비혼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이 '경제적 풍요'라니 너무 속물스러운 생각인가. 나는 남들이 말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을 꿈꾸는 ‘몽상가’이자 ‘이상주의자’이기도 하지만, 미국 이민 과정을 거치며 '현실적인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눈뜨게 되었다. 비자 문제로 본업이 안정적이지 못할 때, 매년 아파트 렌트비가 연봉 인상률보다 더 높은 수치로 올라갈 때, 하루하루가 남의 집에 얹혀사는 듯 가시방석이었다. 직장인이든, 인디펜던트 워커이든, 안정적인 본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은 타지에서의 혼삶을 살아가는 데 넘버원 항목이다. 



2. 공간이 주는 마음의 풍요


작고 아담한 방 하나짜리 집이면 어떤가? 내 한 몸 일하고,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 거기에 초록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작은 뜰이라도 있으면 금상첨화겠지. <캘리포니아 식집사의 그린그린한 일상>이라는 글에서 나는 미국 렌트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오며 찾아온 마음의 평화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나에게 조용하고 안전한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혼삶에 대한 불안감은 반 이상으로 줄어든다아무리 힘든 하루를 보내도, 저녁에는 돌아가 오롯이 쉴 수 있는 내 집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모른다물론 나만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기반도 탄탄히 닦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3. 취미생활로 가꾸는 정신적 풍요


팬데믹 기간 동안 집콕하며 그린 수채화   © 지나쥬르

일이 끝나면 거실에서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으려고 한다. 바쁜 일정에도 이 시간을 사수했던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나의 '정신 상태'는 매우 다르다. 회사 일 외에도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하는 것, 허전했던 마음 한구석이 가득 채워지는 취미 생활을 지속해 나가는 것은 나의 몸과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 독서, 가드닝, 필사를 할 때만큼은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자가 된다. 비혼에 대한 편견의 언어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하려 했던 굳은 심지는 어디로 가고 '비혼은 정말 하자가 있는 것일까?'라는 자기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취미생활'을 통해 만나는 나의 또 다른 자아는 ‘너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며 속삭이며 자기 의심에서 나를 해방시켜 준다.




4. 소중한 사람들과의 교류, 책과의 대화를 통한 관계의 풍요


혼삶을 살다 보면, 끝도 없이 '고독의 맛'에 취할 때가 있다. 누구 못지않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다 보니, 이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관성이 생겨, 밖에 좀처럼 나가지 않게 된다. 나의 최애 작가 캐럴라인 냅은 명랑한 은둔자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60세 이후 삶에 관한 에세이를 모은 《시간의 마지막 선물 The Last Gift of Time》에서 작가 캐럴린 하일브런은 자신의 삶에서 달성하고자 평생 애써온 이상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사적인 공간이 충분하되 지속적인 교류가 있는' 상태다." 

--《명랑한 은둔자》 p.23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뿐 아니라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교류이다. 나는 비혼이나 1인가구에 대한 책을 보며 나보다 더 드라마틱한 여성 세입자의 삶을 살았던, 혹은 나보다 먼저 용기 있고 슬기롭게 1인가구의 삶을 꾸려나가는 여성 작가들을 만난다. 풍요로운 비혼을 꿈꾸는 분들께, 또는 비혼의 삶이 궁금하신 분들께 아래의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1. <에이징 솔로>, 김희경 지음  

2.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김민정 지음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지음  

4.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 김애순 x 이진송 지음

5. <명랑한 은둔자>, 캐런라인 냅 지음  


이 책들을 통해 비혼을 비혼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혼삶에도 너무도 다양한 고민과 전투와 평화의 방식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소중한 주변인들과 책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사적인 공간과 지속적인 교류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삶이기를 응원한다.



5. 운동, 건강한 습관을 바탕으로 한 풍요로운 삶


경제적 풍요도, 나만의 공간도, 취미생활도, 관계의 풍요도 모두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아마도 '건강'이 아닐까 싶다. 일을 통한 경제적 풍요도, 나만의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도, 취미생활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교류도, '건강'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어떤 유튜브에서 일인 가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비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도와줄 배우자 없이 아픈 것'이라고 한다. 나만 해도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가 아파진다는 노후가 두려워질 때가 있으니 공감한다.


당장의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몸을 혹사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 또한 지난 1년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하고 책상머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말 성공한 큰 부자들은 '작은 것'을 위해 '큰 것'을 희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건강'은 '큰 것'에 속한다.




얼마 전 휴일에 놀러 온 친구와의 대화로 시작해, 중학교 담임 선생님에 대한 기억까지... 비혼의 삶이 주는 '결핍'과 '풍요'의 양면성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의 무의식을 나보다 더 잘 파악하고 표현해 준, 이 글을 쓰는 데 영감을 준 그 친구에게도 참 고맙다는 마음을 전한다. 어쩌면 비혼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건 이렇게 끈끈하면서도 느슨한 '연대'가 아닐까. 어떤 조합을 결성? 하자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응원하고 보듬어주는, 각자 그리고 함께 풍요의 정원을 가꿔갈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의 커뮤니티 말이다. 나의 삶에 무엇이 결핍되었는지 매번 곱씹으며 씁쓸한 마음을 품기보다는, 선물처럼 주어진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풍요로 가득 채워지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럼 다음 영감이 떠오를 때까지 안녕히.




※ 매거진 <그린그린 비혼 라이프>

#0 - 비혼으로 산다는 것

#1 - 캘리포니아 식집사의 그린그린한 일상

#2 - 힐링이 필요하셨군요

#3 - I. 비혼, 풍요의 정원을 가꾸다

#4 - II. 풍요로운 혼삶을 위한 5가지


  글은 뉴스/창작 콘텐츠 플랫폼, '헤드라잇'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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