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풍유의 정원을 가꾸다>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타지에서 혼삶을 살아가는 한 ‘결핍의 시선’과 ‘풍요를 위한 갈망’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을 더욱 건강하게 즐기기 위해, 그러나 고립된 삶을 살지 않기 위해, 혼자를 선택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하면 나의 결핍(meagerness)을 풍요(abundance)로 승화시킬 수 있을지 말이다. 삶은 유동적이기에 목록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이 다섯 가지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의 생계를 유지하는 제1의 수입원은 바로 나의 ‘본업’이다. 물론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일을 하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혼삶이기에 밥벌이도 정신적인 행복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리고 이 생업을 통해 나만의 커리어와 전문성을 쌓으며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
비혼의 삶에 가장 필요한 것이 '경제적 풍요'라니 너무 속물스러운 생각인가. 나는 남들이 말도 안 된다고 하는 것을 꿈꾸는 ‘몽상가’이자 ‘이상주의자’이기도 하지만, 미국 이민 과정을 거치며 '현실적인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눈뜨게 되었다. 비자 문제로 본업이 안정적이지 못할 때, 매년 아파트 렌트비가 연봉 인상률보다 더 높은 수치로 올라갈 때, 하루하루가 남의 집에 얹혀사는 듯 가시방석이었다. 직장인이든, 인디펜던트 워커이든, 안정적인 본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것은 타지에서의 혼삶을 살아가는 데 넘버원 항목이다.
일이 끝나면 거실에서 매일 30분 이상 책을 읽으려고 한다. 바쁜 일정에도 이 시간을 사수했던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나의 '정신 상태'는 매우 다르다. 회사 일 외에도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발견하는 것, 허전했던 마음 한구석이 가득 채워지는 취미 생활을 지속해 나가는 것은 나의 몸과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 독서, 가드닝, 필사를 할 때만큼은 남부러울 것 없는 부자가 된다. 비혼에 대한 편견의 언어에 계속 노출되다 보면,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하려 했던 굳은 심지는 어디로 가고 '비혼은 정말 하자가 있는 것일까?'라는 자기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취미생활'을 통해 만나는 나의 또 다른 자아는 ‘너는 참 괜찮은 사람이야'라며 속삭이며 자기 의심에서 나를 해방시켜 준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뿐 아니라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교류이다. 나는 비혼이나 1인가구에 대한 책을 보며 나보다 더 드라마틱한 여성 세입자의 삶을 살았던, 혹은 나보다 먼저 용기 있고 슬기롭게 1인가구의 삶을 꾸려나가는 여성 작가들을 만난다. 풍요로운 비혼을 꿈꾸는 분들께, 또는 비혼의 삶이 궁금하신 분들께 아래의 책을 추천해 드리고 싶다.
1. <에이징 솔로>, 김희경 지음
2.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김민정 지음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김하나, 황선우 지음
4.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비혼>, 김애순 x 이진송 지음
5. <명랑한 은둔자>, 캐런라인 냅 지음
이 책들을 통해 비혼을 비혼이라는 한 단어로 정의 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혼삶에도 너무도 다양한 고민과 전투와 평화의 방식이 존재함을 알게 되었다.
소중한 주변인들과 책과의 대화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사적인 공간과 지속적인 교류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삶이기를 응원한다.
경제적 풍요도, 나만의 공간도, 취미생활도, 관계의 풍요도 모두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을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아마도 '건강'이 아닐까 싶다. 일을 통한 경제적 풍요도, 나만의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것도, 취미생활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교류도, '건강'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어떤 유튜브에서 일인 가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비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도와줄 배우자 없이 아픈 것'이라고 한다. 나만 해도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가 아파진다는 노후가 두려워질 때가 있으니 공감한다.
당장의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몸을 혹사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나 또한 지난 1년 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하고 책상머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정말 성공한 큰 부자들은 '작은 것'을 위해 '큰 것'을 희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건강'은 '큰 것'에 속한다.
#4 - II. 풍요로운 혼삶을 위한 5가지
※ 이 글은 뉴스/창작 콘텐츠 플랫폼, '헤드라잇'에도 게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