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보너머 Nov 05. 2019

[논평] 장종화 청년대변인 논평에 대한 진보너머 입장

여성 남성이 함께 '82년생 김지영'의 문제를 해결합시다

최근 민주당 장종화 청년 대변인의 논평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논평을 철회하는 결정을 내리며 논쟁은 더욱 격화되었습니다.


먼저 장종화 부대변인의 논평은 쉽게 비난받을 만한 논평이 아닙니다. 논평은 우리 사회의 ‘82년생 김지영’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에 분명히 공감하며 그와 동시에 청년 남성들이 겪는 고단한 삶을 언급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청년 남성들의 삶을 언급한다고 해서 '82년생 김지영'들이 겪고 있는 차별이 축소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논평은 여성과 남성이 더 소통하여 함께 차별을 없애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여성과 남성 중에 누가 더 차별과 고통을 많이 겪고 있는지 비교하는 것>과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차별과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전자는 차별과 고통의 경험을 서로 비교하여 한 쪽이 겪는 차별과 고통은 인정하지 않으려는 방식입니다.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감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반면 후자는 모두가 겪고 있는 정서적 상처에 대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합니다. 이 공감으로 인해 모두가 연대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겨납니다. 장종화 청년대변인의 논평은 후자의 방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입니다. 2030 청년들이 가장 큰 사회적 갈등이라고 언급하는 '성별갈등'을 둘러싼 논평에 대해 어떠한 사회적 논의도 만들지 못하고 철회해 버렸습니다. 언급하지 않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성별 갈등을 넘어 청년 여성 남성 모두의 연대를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 집권여당으로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성별갈등을 대하는 진보너머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한국사회의 청년 남성 일반을 모두 기득권자로 낙인찍어 비난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겪는 불평등에 근거해 다수의 남성 우군들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여성의 삶을 바꿔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성별을 떠나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소수자든 모두가 연대하여 구조적 불평등과 차별을 해결할 수 있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길만이, 여성들의 삶을 바꾸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믿습니다. 2016년의 촛불이 그러했듯 말입니다. 적대와 혐오로 다수의 연대를 분열시키는 방식으로는 결코 광범위한 변화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사회변화를 간절히 열망하는 99% 내부의 난투극에 가장 기뻐할 이들이 누구일지 생각해보면 답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진짜 변화를 만들어낼 담대한 정치기획을 상상할 때입니다. '남자가 이 영화를 보고 할 수 있는 비평은 오직 참회와 반성 밖에 없다'는 식의 자격심사가 아닌, 진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치열한 토론을 시작합시다. ‘82년생 김지영’이 겪었던 경력단절 문제와 육아의 문제는 여성, 남성 모두가 함께 나서서 국가와 사회에 구조적 해결을 요구해야 할 문제입니다. 기업에 남성육아 휴직을 보장하라고, 국가에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라고 함께 요구해야 할 일입니다. 더 많은 남성, 그리고 더 많은 여성들이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자신이 겪은 불평등을 떠올리며 함께 손잡을 때, 우리는 모두의 문제를 해결하고 불평등의 벼랑끝에 놓인 다수 시민들의 삶을 바꿔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진보너머 가입 링크 : bit.ly/진보너머가입

작가의 이전글 설리와 아이유는 왜 서로를 아끼고 존경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