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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보너머 Feb 04. 2021

[논평] 부당해고 논란에 휩싸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에게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정의당이 쑥대밭이다. 당대표의 성범죄 논란에 이어 당의 국회의원과 전직 비서가 폭로전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당사자들의 절박한 마음은 존중하나 이를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황당한 풍경이다. "나라의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파리가 앉았습니다" 잊을 만 하면 찾아오는 전설의 영상 한대목이 떠오른다. 공당이라면 오늘도 코로나19로 힘겨운 하루를 보낸 국민들 눈치도 좀 보아달라.


"나라의 경제를 이야기하는데 파리가 앉았습니다." 방송사고 캡쳐.


사실 핵심은 '법적으로 부당해고냐 아니냐'가 아니다. 국회 보좌진의 특성상 (그게 옳든 그르든) 유연한 고용 방식은 늘 이루어져 왔다. 조국사태 당시 정의당이 맹비난했던 민주당 측의 초기 대응이 그랬던 것처럼 이번 사건에도 "위법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논란은 왜 가라앉지 않는 걸까. 


간단하다. 정의당과 류호정 의원이 과거의 자신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에는 해고당한 비서가 과거의 자신이다. 맥락과 사실관계를 무시한 채 섣불리 규정한 '가해자', '피해자' 구도 아래,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모든 주장을 '변명'이나 '2차 가해'라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비난했던 과거의 자신들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류호정 의원은 자신이 그토록 경멸하고 비난하던 '가해자'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 중이다. 마법의 칼처럼 쓰던 '피해자 중심주의'는 이 상황에선 적용되지 않는다. 자신을 향한 칼날이 아니었다면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신속히 규정했을 이에 대한 촘촘한 정치공세가 연일 계속된다.


'피해자'에게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며 ‘해당행위’를 운운하고, 무능력하고 불성실한 사람으로 낙인찍는다. 고소/고발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다. 최근 입장문에서는 급기야 "전 비서는 피해자가 아니라 정치인"이라는 알수없는 문장도 등장했다. '피해자'가 정치인이면 상황이 달라지는가?


덧붙여, 부당해고 노동자를 자임했던 류 의원이 노동자의 권리를 확대하겠다는 원칙에 예외를 두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정의당은 법적으로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히 노동관련 법의 사각지대인 특수고용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에 대해서도 목소리 높인 바 있다. 


언제부터 정의당은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노동자’만을 대변하는 정당이었던가? 법적으로 부당해고가 아니어서 문제가 아니라면 류 의원 자신부터 스스로 해고노동자로 홍보하고 지지를 호소했던 과거와 또 치열한 승부를 펼쳐야 한다.


해답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류호정 의원에게 놓인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1. 자신의 과거에게 사과하는 것.


2. 자신의 현재에게 사과하는 것.


위법이 아니라면 해법은 '정치적'이어야 한다. 피해호소인에 대한 형사고발을 동반한 협박을 중단하고, 타인에게 들이밀었던 섣부른 잣대가 비합리적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나아가 어떻게 '피해자'를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고 잔혹한 2차가해를 막을 수 있을지 널리 합의 가능한 기준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이에 대한 진보너머의 입장은 늘 뚜렷했지만, 최소한 "너 자신을 알라"는 2500년 전 테스형의 외침처럼 본인이 지킬 수 있는 기준을 남들에게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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