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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보너머 Mar 09. 2021

진보너머 커리큘럼 #4.

어떻게 '단단한 개인'으로 바로 설 것인가?

커리큘럼 소개


진보너머는 그 동안 청년과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정체성 정치'와 '엘리트주의'를 넘어선 진보적 대안을 고민해왔습니다. 이 문제가 고질적인만큼 우리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많은 국내외 저자들이 있었는데요.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독자들에게 해답의 단초를 제공하는 책들을 차례대로 공개 합니다. '정체성 정치와 엘리트주의 비판'에 이어서 본격적인 '사회경제적 대안'에 대한 커리큘럼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4. 어떻게 '단단한 개인'으로 바로 설 것인가?


8. 나와 타자들

나와 타자들 (notion.so)



1줄평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타자와 소통하는 규칙에 합의할 수 있다.


500자 서평

정체성 정치는 그 자체로 모순적인 면이 있어 이에 대한 비판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 조던 피터슨 같은 우파는 정체성 정치를 충분히 개인주의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하는 한편 마크 릴라와 같은 좌파는 이를 개인주의의 과잉으로 비판한다. 양자를 절충하는 시각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는 온전한 개인으로 바로 선 채 공동의 세계에 참여할 수 있을까? 이졸데 카림의 <나와 타자들>은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최초의 책일 것이다.

이졸데 카림은 개인주의를 하나로 보지 않고 1세대, 2세대, 3세대로 나누어 분석한다. 이 중 우리 시대의 개인주의인 3세대 개인주의는 민족, 정당, 계급의 틀로 담을 수 없는 '다원성'을 특징으로 한다. 여기에는 중심적 정체성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집착과 동시에 민족적 정체성이나 종교에 집착하는 근본주의의 발흥 또한 낳는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다원주의 시대에 대한 방어기제일 따름이다.

저자는 다원주의 시대 속에서 각자의 정체성 혼란을 극복할 손쉬운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 그렇기에 더더욱 특정 정체성에 의해 포획되지 않은 공적인 소통공간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9. 단단한 개인

단단한 개인 (notion.so)



1줄평

'동료 시민'의 관점에서 상대의 자유를 존중해야 나도 자유로워진다.


500자 서평

이선옥 작가의 사유에는 '단단한 개인'의 힘이 느껴진다. 막무가내식 진영논리와 가짜뉴스 그리고 증오선동이 진영을 막론하고 폭주하는 시대 속에서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잣대의 일관성, 보편적 시민권에 대한 존중, 동료 시민에 대한 선의지라고 작가는 말한다. 

무엇보다 저자는 '약자이기 때문에 우리 편이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선하다'는 억측이 남긴 사회적 상흔과 시민적 윤리의 붕괴지점들을 냉정하게 들여다 본다. 

얼마 전 숙명여대에 입학하려던 한 트랜스젠더 학생이 있었다. 합격통보를 받은 그는 '가해자 남성을 캠퍼스에 받을 수 없다'는 학내 페미니스트의 집단 괴롭힘 끝에 입학을 포기했다. 이 사례에서 보이듯 약자, 피해자의 위치는 뒤바뀌었지만 언론과 심지어 진보정당의 논평자조차 괴롭힘과 가해의 주체가 래디컬 페미니즘에 경도된 여대생이었다는 사실에서 눈을 돌렸다. '단단한 개인'의 정 반대 지점에 있는 반면교사가 아닐까. 저자의 경고대로 보편성을 잃은 이념은 야만으로 퇴행한다. 


10. 힘 있는 여성

힘 있는 여성 (notion.so)



1줄평

나무를 생각해서 분량은 짧지만, 내재된 지식은 몹시 두터운 책. 현실의 여성운동에 아쉬움을 느꼈던 사람들이라면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500자 서평

미투 운동이 한창일 때 쓰여진 책. 저자는 인터넷을 통해 퍼지는 페미니즘 운동을 ‘해시태그 페미니즘’이라고 명명한다. 해시태그 페미니즘은 여성을 유아와 동일시하며, 욕망의 주체가 아닌 피해자로 규정하고,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닌 여론에 휩쓸리며, 국가에게는 많은 것을 바라지만 정작 여성에게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프로이트는 남성에 대비하여 여성을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규정했다. 반면에 주디스 버틀러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모든 구분과 규정을 해체시켰다. 프로이트와 버틀러 사이에서 저자는 차이를 긍정하면서도 화합을 도모하는 ‘제 3의 길’을 제안한다. 

남성은 남성의 몸을 가지고 살아가며, 여성은 여성의 몸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러한 차이는 경험적 차원에서 서로에 대해 절대 알 수 없는 영역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무지의 영역이 존재하기에 여성과 남성은 대화를 통해 상대방을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차이로부터 대화가 출발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신현상학적 관점’이라고 설명한다. 

매우 짧은 책이지만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한다는 특징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인용구들이 저자의 주장을 풍부하게 만드는 동시에 산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더갈등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희망적인 메세지를 기대하는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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