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재 Feb 13. 2019

권태로운 시간들의 다섯

그 지루한 시간들을 채우는 시간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1. 이번 감기는 여느 때보다 지독했다. 나는 평소 잘 먹지도 않는 감기약으로 연명하면서 침대에 이불을 뒤집고 며칠을 뻗어있었다. 약에 취해 몽롱한 상태에서 혼자 소소하게 다짐했다. 내 기운을 차리면 눈보라가 치든, 비바람이 몰아치든 상관없이 어디든 나가보기로.


2. 한동안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살았다.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짧은 영상을 확인하고 쏟아지는 알림에 반응하기 바쁘다. 있으면 있는 대로 정신없고, 없으면 없는 대로 초조하다. 불꽃이라면 죽자 사자 달려드는 나방이 된 기분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아서 잠시나마 스마트폰을 멀리해보기로 했다.


3. 이직 고민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기나긴 권태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여기저기 상담도 하고, 수소문하며 다른 회사 이야기도 듣고, 채용 공고도 찾아보면서 한 달을 보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알 수 없으나, 눈에 들어오는 회사도 없었고, 내가 쓸 수 있는 포지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 나는 생각을 바꿔 그 지루한 시간들을 채우는 시간으로 바꿔보기로 했다. 문제가 해결되지도, 권태가 사라지지도 않았지만, 신기하게도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할 힘이 조금 생겼다.


4. 권태의 시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당신이 권태로워하고 있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오히려 많은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제까지 쌓아 온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분석하고 통합하며 소화해 내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5. 자려고 불을 끄고 누운 틈 사이 불현듯 마음 한구석으로 외로움이 들어찼다. 나는 퇴근길에 친구, 애인을 만나 간단한 저녁에 반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삶을 그렸는데, 조금 멀리 온 기분이 든다. 당장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올해는 어떻게든 넘겨야 한다. 어쩔 수 없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마음이 제멋대로 들쑥날쑥할 뿐이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3시가 조금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내일은 분명 지각이다.


권태로운 스톡홀름의 겨울


이전 21화 스톡홀름 복귀 1주 차의 다섯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