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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Jan 14. 2019

스톡홀름 복귀 1주 차의 다섯

하나만 잘하면 충분한데, 그 하나가 아직 없다

1. 몸살 기운 때문인지 하루 종일 늘어진다.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고 눈을 감았다. 한참 뒤척이다 눈을 뜨니 천장이 공허하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공허가 공포로 뒤바뀌려던 순간, 대충 눈을 감고 이불을 덮었다. 공허보다야 어둠이 낫다. 


2. 포트폴리오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커리어 고민을 다시 시작했다는 말이다. 작년, 재작년은 그렇게나 넓히고 싶었는데, 올해는 하나로 좁히고 싶다. 하나만 잘하면 충분한데, 아직 그 하나가 없다. 경험과 경력이 절실하다. 


3. 올해는 어디에 가볼까. 스톡홀름은 너무 일상이다.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헬싱키도 마찬가지고. 부산, 춘천, 강릉보다 못한 곳이다. 어디가 좋을까. 일상을 잊을 수 있는 곳, 비일상이 있는 곳,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곳, 다시 시작할 힘을 주는 곳이면 좋을 것 같다. 


4. 자신이 몸으로 직접 체험해서 그 과정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배운 것, 자신이 진짜 말할 수 있는 건 그런 거잖아. 그런 걸 많이 가진 사람을 존경하고 믿어. 아무것도 한 게 없는 주제에 뭐든 아는 척하고, 남이 만든 걸 옮기기만 하는 놈일수록 잘난 척해. 천박한 인간이 하는 멍청한 말 듣는 데 질렸어. 리틀 포레스트


5. 쓰고 싶은 글은 많은데, 정리가 안 된다. 림 위에서 빙빙 돌고 있는 농구공 같다. 안으로 들어가길 바라는데, 그럴 기미가 안 보인다. 오늘은 여기까지. 눈 위로 열 기운이 올라온다. 얼른 약 먹고 누워야지.


스톡홀름 복귀 첫 주는 이렇게 시덥지 않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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