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식물원의 모습이 있다.
태양이 내리쬐는 날에는 꼭꼭 숨기고 있던 식물들의 향기가 고스란히 내 콧속을 자극했다. 흙냄새를 머금은 풀향기랄까? 또한 태양 아래서는 볼 수 없던 짙은 초록의 싱그러운 색감도 한몫했다. 특히 분무기를 뿌리는 것처럼 흩날리는 섬세한 빗방울이 왜인지 모르게 분위기를 낭만적으로 바꾸었다. 풀 숲 사이사이 비가 닿지 않을 것 같은 곳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나는 커다란 풀잎 아래로 들어가 그 풀잎을 우산 삼아 가만히 서 있었다. 풀잎 뒷면을 치켜올려보다가 풀잎 끝에서 떨어지는 제법 굵은 빗방울에 머리를 맞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 머리와 어깨가 촉촉하게 젖어가고 있었다. 내 몸속으로 짙은 초록의 싱그러운 에너지가 가득 고이는 듯했다.
이 기분이 너무 좋아서 나는 가끔 비 오는 날 이곳을 찾아간다. 이곳은 나의 힐링장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