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모메 식당>
영화 <카모메 식당>을 좋아한다. 나와 영화 취향이 비슷한 언니와 조카까지도 이 영화를 무척 좋아해서, 우리는 영화 속 대사나, 낯선 땅에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무슨 내용인데?” 하루는 우리 대화를 듣고 있던 형부가 나에게 물었다. “핀란드에서 밥집을 하는 일본 여자가 나오는 영화예요.”, “무슨 메시지를 담은 건데?”, “메시지요?….”, “그 영화가 왜 좋은데?”, “그냥 좋아요.”
이 영화는 통쾌한 복수극도, 짜릿한 반전 스릴러도,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도, 절절한 멜로도 아니다. 영화 평론가라면 잔잔한 일상을 그린 영화일지라도 통찰의 메시지를, 내가 생각지도 못한 장면과 엮어가며 맛깔나게 소개할 수 있겠지만, 내 대답은 궁색했다. 메시지라니, 이 영화를 스무 번도 넘게 보면서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갑자기 받은 질문에 어설픈 대답을 하고 돌아온 후에, 제대로 된 설명을 준비해 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차분히 영화를 떠올려 봤다.
말간 햇살이 드는 정갈한 주방, 군침 도는 시나몬롤, 큼직하고 소박한 주먹밥이 나오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그냥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건 주인공인 사치에 상의 보조개 팬 조용한 미소. 떠오르는 건 이런 순간의 장면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의미를 붙여 연대나 위로의 메시지를 설명하는 것이 필요할까 싶었다. 알랭 드 보통은 불상의 고요하고 자족적인 표정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기 안의 바람직한 자질을 키울 수 있고, 고갈될 위험이 있는 우리 내면의 평온과 고요함을 늘려갈 수 있다고 했다. 사치에 상의 웃는 얼굴만으로도 충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왜? 라는 질문에 ‘그냥’이라는 대답밖에 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어떤 감정이나 감각은 애초에 논리적인 언어로 환원되기도 전에 생겨나니까, 해석은 그 이후에 끼워서 맞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하지 않을까.
그 영화가 왜 좋아? 그냥 좋아요. (웃음)
역시 이 대답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