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원은 버터

by 진초록


돈은 없는데 사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던 시절. 막연하게 부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당연했던 때에 내 소원은 좀 더 구체적이었고, 한 장면에 집중되어 있었다. 바로 버터였다. 냉장고 안에는 버터가 잔뜩 쌓여있고, 매일 아침 그것을 빵 위에 두껍게 올려 먹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버터가 비싸기도 했고, 월급도 넉넉하지 않던 때였다.


베를린으로 한 달간 출장을 간 적이 있다. 마트에서 일주일 치 빵, 치즈, 햄 등을 잔뜩 골라 담아도 계산서에 부담 없는 금액이 찍혔다. 2006년도의 일이니 벌써 스무 해 가까이 지난 이야기지만. 아무튼 당시 버터 가격 또한 놀랄 만큼 저렴해서 신나게 버터를 사 먹을 수 있었다. 펴 바르는 것이 아닌, 제법 큰 조각으로 자른 버터를 통째로 빵에 올려 먹는 호사를 매일 누렸으니, 버터가 소원이었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호시절이었다. 버터 맛에 제대로 빠진 것이 그때부터인 것 같다. 출장을 마친 후에도 매일 열렬하게 버터를 먹었고, 버터가 듬뿍 들어간 빵을 찾아 이른바 빵지순례라는 것을 다녔다. 버터 머금은 크루아상의 속살은 나의 영혼을 가득 채워주었고, 다부진 금괴 모양을 한, 피낭시에의 맵시 있는 테두리에 응집된 버터 맛은 나의 눈빛을 그윽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점잖고 옹찬 달콤함이란!



지금도 나는 버터를 매우 좋아한다. 매일 아침 빵을 데우고, 샐러드를 조금 곁들여 가벼운 아침 식사를 한다. 물론 버터를 꺼내는 일도 잊지 않는다. 달라진 점이라면 통밀빵을, 가능하다면 천연 발효종으로 만든 빵을 산다는 것. 그리고 작은 포션 버터 한 개로 만족한다는 점이다.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먹으면 곤란한 문제들이 다소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나이가 되었으니, 어쩔 수가 없다.



가끔은 식탁 위에 놓인, 그 시절 ‘소원’이었던 버터를 보며 히죽 웃는다. 원한다면 잔뜩 꺼내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양의 버터가 냉장고 안에 있다. 그렇다, 소원은 이미 이루어지지 않았는가?!


이런저런 불만과 불안이 기분을 짓누르는 하루 속에 있다면, 이루어진 지난날의 작은 소원을 떠올려보자. 잠시라도 쓱- 웃게 될 것이니!


음……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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