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은 보험의 연속이었다.
난 기본적으로 불안감이 높은 사람이다. 자신의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과 후천적으로 길러진 성격을 구분해서 알아볼 수 있는 TCI검사라는 게 있다. 그 검사를 2년 사이 두 번 해봤는데, 두 번 다 '예기불안'이 높게 나왔다. '예기불안'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성질이다. 이렇게 불안이 높으면 안정적인 발판을 본능적으로 찾기 마련이다. 내가 그랬다.
문득 생각해 보니, 살면서 소속이 없었던 적이 없다.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인턴, 회사원까지. 언제나 어떤 울타리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평생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 삶이 '나쁘지 않았다'. 주변 친구들도 다 이렇게 살아가니까, 이게 보통의 삶이니까,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며, 딱히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인지 깊은 고민이 부족했다. 그래서 지금 하려는 이 선택이 어쩌면 내 인생을 아주 뒤흔들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겠다.
과장님, 면담 가능하실까요?
월요일 아침부터 뭐지,라는 눈빛이었지만 흔쾌히 커피 한 잔 하러 내려가는 길 내내 쿵쾅거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자리에 앉자마자 말이 그냥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저... 이번 달까지만 다니고 퇴사를 좀 하고 싶습니다.
말을 내뱉자마자, 나는 비로소 내 머릿속을 맴돌던 퇴사 생각이 눈 깜짝할 새 현실이 되어버렸음을 직감했다. 이직할 곳이 있는 것도, 공부할 곳이나 머물 곳이 정해진 것도, 결혼할 사람이 있는 것도, 집이 있는 것도, 어떠한 안전망도 없이 나는 퇴사를 입에 올렸다. 이젠 되돌릴 수 없다.
저항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울 정도로 울리고 또 울려서 ‘이 선택이 맞는 건가’ 수백 번도 고민하게 만들었다. “좀 더 다니면서 퇴직금이라도 받고 나가”, “이 회사를 다니기 위해 이사 온 집의 계약기간을 채울 때까지만이라도 계속 다녀”, “확실하게 다음 소속이 정해질 때 옮기는 게 이성적이고 덜 불안한 선택 아니겠니” 등등. 다만, 그 모든 것을 재고 계산해 보아도 여전히 '지금이야. 지금 당장 말해야 돼, 지금이 아니면 말 못 해'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퇴사를 결정했다.
이 결정을 내리기 전 가족이나 친구에게 말했을 때의 그들의 반응이 괜히 두려웠다. "왜? 뭐 하게? 계획 있어?"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튀어나올 것을 알았기에. "아니, 아무런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라고 말할 때마다 내가 스스로 위축되거나 불안해질 것을 알았기에. 그래서 나를 가장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단 한 명의 사람하고만 의논하고 내린 결정이다. 이상하게도, 살면서 가장 자유로운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나는, 플랜 B 없이 쌩으로 퇴사를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