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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불야불 7) 부드럽게 가야 잘 간다

배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ㅎ

by 잼벅

야구에는 미묘한 지점이 있다. 두 팀 모두 불만이 없는 경우 말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가~능하다.


일종의 암묵적 타협이고 절충이다.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최악의 경우는 피하면서 그럭저럭 받아들일 만한 경우이다.


<대결하면서도 타협하는 야구>


2-0으로 앞서 있는 팀이 주자 만루의 위기를 맞는다. 연거푸 볼넷, 실책이 나와 주자 1, 2루에서 상대팀의 번트가 야수선택으로 내야안타가 되었다. 다음 타자가 내야플라이로 아웃돼 1사 만루인 상황에서 타자가 친 타구가 내야 땅볼이 되었는데 이를 잡은 2루수는 홈으로 송구하지 않고 2루로 던져 2사를 만든다. 타구가 빚맞아 느리게 굴러오는 바람에 홈으로 대쉬하는3루 주자를 잡거나 병살을 만들기 어려울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1점을 내줘도 리드를 잃지 않으며 아웃카운트를 늘려 2사를 만드는 게 나쁘지 않다. 다행히 다음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친 공이 좌익수에게 잡혀 이닝이 종료된다.


공격팀도 역전시키지는 못했지만 사실상의 안타 없이 1점을 얻어 상대팀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에 나쁘지 않다.


야구가 절묘한 이유 중 하나다.


양 팀 모두 오케이할 수 있는 지점이 있고 그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는 것.


트레이드도 좋은 예이다. 트레이드는 보통 스토브리그에 일어나지만 시즌 중에 성사되기도 한다. 우리팀은 1루수가 필요한데 상대팀은 계투 요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팀에는 계투요원에 다소 여유가 있고 상대팀은 1루수가 여럿 있다면 말이 된다. 상호 간 상대팀의 사정을 뻔히 알고 있기에 협상은 급물살을 타기도 한다. 비밀리에 추진해 해당 선수와 팬들에게는 당혹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분위가 형성된다. 야구 전체로 보면 자원의 효율적 재배치다.(어디에서 많이 들은 말이다 ㅎ) 결국 게임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야구는 갑뚝튀 같다. 갑자기 기회가 오거나 위기가 닥친다. 방어율 2점대를 자랑하는 팀의 1선발이 잘 던지다가 갑자기 흔들리더니 대량실점을 허용한다. 고구마처럼 안타 하나 못치던 타선이 난데없이 폭발하는 경우가 있다.


믿었던 선발투수가 무너져 대량실점을 한 경우 감독은 그냥 물러나지 않는다. 소위 추격조(예전에는 패전처리조)를 가동시켜 필승조에게 휴식을 주고 혹시 추격조 중 기량이 향상되거나 잠재력을 보이는 선수가 있는지 간을 본다. 비록 게임은 패전으로 끝나도 다음 게임을 미리 대비하고 선수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도모하는 것이다.


야구는 육상으로 치면 마라톤이다. 단거리 뛰듯 하면 탈난다.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만만하게 가야한다.


세게 보다는 부드럽게 가야 한다.


그래야 잘 간다.


그래서 야구는 인생과 닮았다.조급하거나 과도하면 일을 망치게 돤다. 작심삼일, 요요현상, FOMO, 인생은 한방, 못먹어도 Go, 몰빵, 올인.... 이런 것들을 조심하고 대신에 멀리 보는 가운데 자신에 맞는 루틴을 하루하루 실천해나가야 한다(어려운 일을 너무 쉽게 말하는 건가? 그래서 고백 하나 하겠다. 나는 매일 아침 아파트 계단을 오른다. 십년도 넘었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고 비가 와도 강풍이 불어도 문제가 없다. 가성비 최고인 운동이다. 그걸 지루해서 어떻게 하냐고 하면 시지프스처럼 한다고 웃으며 말한다. 이게 나의 루틴 중 하나다 ㅎ)


연승 팀이 거짓말처럼 연패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승리를 이어가려고 필승조를 계속 투입하다보면 오버런 현상이 일어나가 때문이다. 144게임을 치루기 때문에 한두 게임에 연연하기 보다는 긴 안목으로 팀 전체의 콘디션과 역량을 관리하는 게 현명하다. 그렇지 못하면 내팀내(DTD, Down team is down)가 되기 쉽다. 일찌감치 패전을 받아들이고 힘을 비축해 연패에 빠지지 않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야구 게임을 관전할 때 승부만 보면 재미가 덜하다.


우리가 거의 매일 목격하는(간혹 개입하는 ㅠ) 강대강 대결, 제로섬 게임, 흑백논리들은 야구에 비하면 얼마나 딱딱하고 답답한가?(솔까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니 ‘한심하다’는 말도 부족하다)


야구를 보라!! 대결하는 가운데도 둘 다 받아들일만한 절묘한 지점을 찾아내거나 이번이 아니라면 깔끔하게 마음 비우고 다음을 대비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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