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다의 두 번째 소설『열살차이』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작 소설입니다.
현실의 인물, 사건과 유사하더라도 이는 우연의 일치이며,
일부 인물 및 장소는 서사의 흐름상 가명 또는 허구적 설정을 사용하였습니다.
어른들이 반대하는 결혼은 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맞아도 결혼하면 바뀐다는데 대한민국 이혼율을 보아라.
지금이야 연애시절이니 모든 게 다 좋아 보이지. 결혼해 봐라 현실이다.
굳이 만나는 남자가 나이 많은 남자라니..
관심과 오지랖 그 어느 사이에서 지안은 동요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녀 역시 한낱 20대 중반이었다.
아무리 신경을 안 쓴다고 해도 주변에서 계속해서 걱정 어린 비판을 한다면 안 흔들릴 사람이 누가 있을까.
남자친구를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녀의 연애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봤고,
이제는 부모님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직접 남자친구를 만나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남자친구가 스스로를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시켜서 말이다.
자신도 이미 질려버리는데 남자친구는 오죽하랴.
양심이 있다면 스스로가 좋아하더라도 포기하는 것이 맞고
이제 결혼 적령기인 30대 중반의 남자는 좋은 여자 만나라고 인사를 하며
그의 인생에서 하차하는 것이 맞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어 심란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숨김없이 다 털어놓았을 때
오히려 남자친구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동요되고 말았다.
어쩌면 지안은 인간에 대한 신뢰가 아예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남자를 놓치면 인생에 두고두고 큰 후회가 되겠구나 라는 직감이 들었다.
재헌은 그녀의 부모님을 뵙기 위해 정말 바쁜 와중에 열심히 준비했다.
대학 졸업 증명서, 건강기록, 범죄기록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그 밖에 부동산 등기부등본까지 말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자신을 증명하는 것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었으며,
입장을 바꿔 소중한 딸이 어디에서 신원 미상의 나이 많은 남자를 만난다고 하면
부모 입장에서도 걱정이 되는 것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고,
결혼을 전제로 그녀와 앞으로도 만나고 싶기 때문에 그는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뵈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무리 재헌이 더 서류를 준비하고, 예의 바르게 한들
이미 지안의 어머니는 그가 나이가 많고 배우자 조건으로 모든 것이 탐탁지 않았기 때문에
"결사반대"의 마음을 가지고 나온 자리였고, 그를 상처 주고 딸한테서 떨어뜨리게 하려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지안은 어머니가 재헌에게 하는 말들을 빠짐없이 같이 들어야 했다.
지안은 수치스러웠다.
이것이 딸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했지만 지안은 수치스러웠다.
재헌은 낯이 뜨거웠다.
일방적인 비난과 자신의 존재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여자친구의 어머니이다 보니..
표정관리도 굉장히 어려웠다.
" 우리 딸이랑 헤어졌으면 좋겠어요. 진심이에요. "
부모님은 자리를 떠났다.
두 사람은 잠시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지안은 그에게 미안했고, 자기 때문에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듣게 해서 다시 미안했다.
이 남자와 헤어지게 되면 후회가 된다 할지라도 보내주는 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갑자기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그의 소중한 인생에서 자신 때문에 시간 낭비를 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말없이 두 사람은 차를 탔고 재헌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지안은 가는 내내 말이 없었고, 집에 도착 한 뒤에는 눈물을 머금고 그에게 카톡을 보냈다.
" 아무리 생각해도 헤어지는 게 맞는 거 같아요."
핸드폰 창을 껐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남녀관계의 헤어짐은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이 관계의 끝맺음은 굉장히 아팠다.
순수하게 사람 자체를 좋아하고, 매력에 끌려 시작한 관계였다.
부모의 지나친 결사반대와 그의 소중한 인생에 괜히 자신이 걸림돌이 되어
도움도 되지 못하고 오히려 스트레스를 주고 존재 자체가 우울감이 되는 것 같아
도저히 자신 옆에 있어 달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어떤 미래에 대한 약속을 할 수가 없는데 어떻게 이기적으로 붙잡을 수 있단 말인가.
지안의 핸드폰 불이 밝혀졌다.
전화가 왔다.
목소리가 가라앉고 힘이 없었지만 뚜렷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그의 음성이 들렸다.
" 나는 헤어지고 싶지 않아. 나는 노력하고 싶어.. "
지안은 그 말을 듣고 숨 죽여 펑펑 울었다.
그 이후로 지안은 헤어지지 않고 몰래 연애를 하고 있었다.
물론 집에서의 감시는 더 심해졌다.
지안은 남자친구의 문제와는 별개로 이미 자취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부모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거리두기"였다.
이미 직장인으로서 돈은 벌고 있었고, 성인으로써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결혼을 해서도 마찬가지였으며, 한 인격체로서 경제적 정서적 독립이 되어야 다음이 있다라고 느꼈다.
그렇게 그녀는 회사 근처로 자취집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대만에서도 이미 자취도 해 본 경험이 있었고 다시 자그마한 원룸에서 시작된 다는 것이
오버랩이 되어 기분이 묘했지만 부모로부터 거리를 두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는 확고했다.
남자친구와 함께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들으며 7평짜리 원룸을 계약하게 되었다.
그리고 집으로 바로 돌아와 짐을 싸고 일사천리로 다마스에 예약을 하였고,
집에 돌아온 어머니에게 계약서를 내밀며 집을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내 착한 딸이... 감히....!!!
그 남자와 동거하기로 작정한 것이냐.
설마 너 지금 임신한 거 아니냐
인생 종 치려고 작정했냐
집에서 편히 살면 될 것을 지금 네가 뭔데 감히 자취를 하겠다는 거냐
여기서 나가면 평생 부모 얼굴 볼 생각하지 마라
그러나 지안은 꿈쩍도 안 했다.
오히려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부모님 집을 나간다는 결정에는 번복이 없었다.
평생 이렇게 부모 밑에서 살다가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늘 후회만 하는 삶을 살다가
인생 종 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는 내가 선택하지 못했지만
배우자만큼은 온전한 내 선택으로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야 했다.
지안은 그것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여겼다.
자신이 언제까지 젊은것이 아니고, 직장이라는 것도 언제까지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자신을 사랑해 주고 치부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자신과의 미래를 함께 꿈꾸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남자와 도박이라면 이 도박에 모든 칩을 걸고 싶었다.
기약 없는 장기연애의 시작이었다.
그 연애의 결말이 어떨지 당시에 지안은 막막하고 두렵고 무섭기까지 했지만
그래도 사람 하나 자체를 온전히 믿어보고 싶었다.
그 또한 나와 다를지 않을 거라 믿으며 그들의 장기연애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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