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다의 두 번째 소설『열살차이』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작 소설입니다.
현실의 인물, 사건과 유사하더라도 이는 우연의 일치이며,
일부 인물 및 장소는 서사의 흐름상 가명 또는 허구적 설정을 사용하였습니다.
" 너 당장 집으로 와 "
그날부터 지안은 부모로부터 특히 "어머니"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지안에게 어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그녀의 어머니는 표정 관리가 안 되었고, 불쾌했으며 급기야 딸이 너무나 미웠다.
딸이 만나는 남자에 대해 요목조목 따지며 물었다.
딸은 차근차근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 말했다.
그러나 첫마디가 나이차이가 10살이 난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어머니는 뒷목을 잡고 쓰러질 뻔했다.
하다 하다 이제 고작 사회생활 시작해서 20 중반인 딸이 자기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남자를 만나는 게
불쾌했고, 딸이 이렇게 자신을 실망시킬 수 있는 것인지 마음 한 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심지어 둘이 만난 곳은 어느 직장인 동호회.
춤을 추다 만났다고 하니 그 남자 안 봐도 뻔한 수준이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안은 어머니가 생각하는 그런 야한 춤이 아니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나이차이도 이미 불쾌하고 선입견이 생겼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수록 더 가관이었다.
이야기를 요약하니 어머니가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모두 가졌다.
1. 딸보다 나이가 10살이나 많은 남자 ( 일찍 저세상 갈 확률이 높다 )
2. 사업을 하는 남자 ( 안정적이지 않다. )
3. 기독교 ( 정확히는 가족 모두 기독교이며 모태신앙 )
4. 지방 출신 ( 이건 개인적 경험으로 생긴 선입견이었다 )
그 남자가 내 딸에게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참을 수가 없었다.
여자 만나러 직장인 동호회에 껄렁껄렁 거리며 나와가지고 순진한 내 딸을 꼬드겼다.
통금시간도 간당간당하게 어기고, 늦은 시간까지 이 남자와 놀면서 오는 거라니.
어떻게 내 딸이...!!!
심지어 이 남자의 나이를 보니 반드시 내 딸을 꼬드겨서 결혼할 모양인데 가만 두지 않을 참이었다.
어머니는 딸을 붙잡고 울며 불며 난리를 쳤다.
차라리 남자친구가 필요하다면 더 괜찮은 조건과 스펙으로 소개팅을 주선해 주겠다고 했다.
절대로 그 나이 많은 남자는 안 된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한 차례 어머니의 일장 연설을 한 마디 대꾸도 하지 않고 지안은 듣고 있었다.
" 그 남자랑 엄마, 아빠가 한 번 만나자 "
마지막에 이렇게 어머니가 말하니 어느 정도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을 알았다.
지안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조용히 읊조렸다.
" 오늘이네.. 드디어.. 이제 집 나가야겠다. "
지안은 재헌에게 미안하지만 어차피 이 또한 넘어가야 할 산이었다.
지안은 한국에 들어와서도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었다.
잠시 어머니의 간병을 위해 일을 쉰 적은 있었지만..
한국에서 완전히 정착하기로 마음먹고 취직한 뒤로도 계속 일하고 있었다.
이 말의 뜻은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에게 신세를 지고 있으니 생활비를 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생활비를 내고 있음에도 대만에서 살던 시절이 훨씬 자유로웠다.
이렇게 구속을 받고 남자친구의 존재도 알았으니 더더욱 감시는 심해질 것이다.
부모님 집에 살면 조금 더 쾌적하고 넓고 사회 초년생이 돈을 더 모을 수 있다는 장점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안의 생각은 좀 달랐다.
돈이 깨지더라도 일단은 대만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공간이 필요했다.
부모랑 떨어져 사는 것이 지안의 정서적, 심리적 측면에서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돈으로는 감히 따질 수 없는 환산 가치였다.
또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설령 재헌이 자신의 짝이 아닐지라도
다음 연애에서도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 뻔했다.
결국 스스로가 한국에서 정착하기로 했음 독립을 먼저 생각했어야 했는데,
정신없이 일이 휘몰아치니 이것을 선순위로 두지 못 해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저 정도로 재헌을 싫어하니 아무래도 재헌이 상처 입을 일이 많이 생길게 뻔히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근무하고 있는 지안의 핸드폰에 어미니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그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줘.
가령 건강 증명서랄지, 대학교 졸업증명서, 가족 관계 증명서, 범죄 기록 증명서.....
지안은 메시지를 빤히 봤다.
이 일을 자신만 알고 있고, 재헌에게 상처를 주지 말고 자기 선에서 헤어지자고 말을 해야 할지.
아니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고 그와 상의를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건 뭐... 어머니가 알아서 결혼 정보 회사 매니저가 되신 건데...
참.. 난처했다.
지안은 퇴근 후 재헌을 만났다.
재헌은 오늘 지안이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긴장을 했다.
근래에 들어 지안의 표정이 가장 어두웠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이 되면서도 내용이 궁금했다.
지안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려 노력했지만 잘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어차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였다.
지안은 차에 탄 뒤 재헌을 똑바로 보기 힘들어서 일단 운전하면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리고 지안은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지인에게도 그리고 사귀면서 그 누구한테도 한 번도 말 한 적 없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했다.
지안은 스스로의 집안을 "콩가루 집안"이라고 지칭했다.
밝은 가정의 여식을 바랐다면 그것은 자신과 먼 이야기라고 했다.
과거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계속 이야기를 이어 갈 수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든 한 때는 잘 살았지만 보기 좋게 주식으로 말아먹어 반지하에서 고생한 이야기,
고생해서 어찌 되었든 회복은 되었지만 그럼에도 그 부자 동네에서 행복 주택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
자신은 어린 시절 집이 없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반드시 집을 사고 싶다는 이야기,
또 남동생과는 거의 의절 관계까지 갔고 그 안에는 성추행 사건과 사촌 오빠의 성추행 이야기,
이뿐만 아니라 부모의 가정 불화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으며 그 안에는 학대도 있었다는 이야기,
뭘 또 이야기를 더 하면 좋을까.
지안은 더 솔직하게 말하려고 고민을 했다.
늘 마음속으로 꾹꾹 누르느라 자신의 목소리로 내서 이야기 하는 것은 처음이라 얼떨떨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이렇게 아무런 감정이 없고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듯이 전혀 물기가 없는 목소리였다.
울음이 나올 이유도 없고, 오히려 냉소적이었다.
그러나 재헌은 달랐다.
운전하는 내내 듣고 있던 재헌은 성추행 이야기에 눈물이 나버렸다.
이 모습을 자신이 그녀를 동정한다고 생각할까 봐 서둘러 휴지로 자신의 눈물을 닦았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본 지안은 오히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 왜 울어요? "
" 그게.. 내가 마음이 아파서요. "
" 오빠가 왜 마음이 아파요. "
" 그야... 내가 많이 좋아하니깐요... "
지안은 오히려 솔직하게 말하면..
아 오히려 이런 애랑 엮이면 더러운 꼴 많이 보겠다
싶어 자신이 거절을 당할 거라고 생각했다.
재헌의 반응은 예상외였기 때문에 더더욱 난처했다.
오히려 지안은 재헌을 좋아하기 때문에 숨기고 싶지 않았는데
한숨을 푹 내쉬며 결국 어머니가 우리의 관계를 알아버렸고,
재헌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알고 싶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이미 내 가족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겠지만
재헌을 위해 이쯤에서 관계를 정리해도 괜찮다고 말을 하려던 찰나,
" 알겠어요. 다 내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하지 마요."
재헌의 확신 있는 말에 지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신의 상처를 말했을 때 진지하게 들어주며 눈물을 흘린 이 남자의 진심을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울컥 올라오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어 울어버렸다.
그날은 둘이 차 안에서 처음으로 서로 운 날이었지만..
앞으로도 둘은 울 일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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