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실

시간여행자

by 이윤인경

밤은 눅눅한 암막커튼 속
어둔 눈빛들이 별처럼 떠다녀
어두운 표정만 간신히 인화되고
가늘게 늘어진 호흡에 널린 사진들의 초점
흐리고 흔들린 얼굴
누군지 알기 위해 나는 흔들려야 해요

한 장만 더
끊어질 것 같은
참으면 질식할 것 같은
젖은 공간, 빛도 숨도 간절한 순간
별을 구해야 하고
암실 속 실날 같은 빛을 건져
어둠과 경계해야 해요

당신의 날카로운 이빨
나의 빛을 물어 끊고
이 곳으로 날 떠밀었지만
널브러져 바닥을 기는 표정 안쓰럽다 하겠지만
당신은 날 볼 수 없어요

덜 된 암순응에 어리석게도
자신의 눈을 버려요
빛만 좇다 눈부심에 눈이 멀어요
나의 표정이 선명해지는 것도 모르고
어둠만 탓하면서

[작품출처 - The teeth, 1883 by Odilon re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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