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심을 감추려고 했던가요
검은 표정은 자주 내게 거짓을 말하네요
사랑하고 있어요 난, 이란 고백에
말이 없어 들리지는 않아도
바람이 귓가를 스칠 때면
잔잔했던 당신도 종종 거친 속을 드러내곤 했죠
제주에 왔어요
뭍사람이라 가슴을 떠미는 바람에
넘어지기도 하고 파도에
묻혀 울어보기도 하고 마음에
빈 곳이 없을 만큼 비워버려
아름답지만 사랑할 무언가를 잃어버려 그냥
쪽빛 하늘과 쪽빛 바다가 만났을지도 모를
그곳을 아련히 바라보고만 있어요
뜨거웠던 사랑의 열정은
검게 식어 사라지고
한숨의 수만큼 셀 수 없는 흔적은
날카롭게 남았네요
아름다워도
사랑할 이유도
그날의 미련도 여기에는 없네요
여기에는 제주에는 내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