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것은 나빠
날 헤매게 하는 안개가 그렇고
날 위안한다는 이유로 날 좀먹고 썩히는 담배가 내뱉는 한숨이 그렇고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겠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닌 것과 타협하는
조금은 비겁한 일
그것이 삶의 상식이라 말하는
너의 입술에 남은 립스틱 자국이 희미해
길가로 비켜선 꿈 때문에 텅 빈,
신동엽의 말, 껍데기는 가라
신을 믿지 않았는데
부풀기만한 나를 믿을 수도 없어
잃어가던 것들을 채우려 널 붙잡고 있으니
고독은 늘어지고 흐릿한 감기
탁해진 눈을 감기는 이불 속으로 잠기게 하지
붙잡으려 하면서도 널 잡지 못하고
담배만 만지작거리는 흐릿한
나는 성질이 나쁨
원치 않는 잠을 청하는 불면의 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