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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Dec 01. 2021

죄의 계절

시간여행자

금기와 유혹은 마른 입술을 탐하며

활짝 핀 꽃잎을 밀어넣고

유선을 따라 흐르던 다섯가지 향기를 수유하였고

몸 가장 거친 곳을 긁어 밝힌 성냥불 아래

감사함에 기도케 하였으니


신의 결실은 기하학적이다

그릴 수 없는 곡선으로 가슴을 내미는 여인을

그는 가학적이다

탐닉하는 순간 원죄를 심어버렸으니


먼 곳부터 닦아오는 회개가 애처롭다

싸늘히 위장한 이 계절은 길 아래 체온을 묻고

야만스러운 밤이 지나면

알알이 영근 내 죄의 목록들을 묻다가

검게 바랜 여인의 유두가 죄의 증거라며

밤을 한껏 유린하다 달콤함을 취하고

투명한 속살 비치는 진실은 삼켜버린 채

기억이 완전하게 지워진 어느 봄날 아침

낯선 곳에서 싹을 틔울 것이다


체온이 남은 그 위를 따라 걷는다

밤이 누명을 벗었어도 용서는 길 위에 있지 않아

그가 손짓하는 곳으로 가는 동안 나를 버렸다

농익은 죄가 발에 밟히고

꽃잎의 혀를 깨문 입가의 흔적을 닦은 나뭇잎이

붉게 젖어 내린다

길, 이 계절의 비린내가 섬뜩하다


[이미지 작품출처 - #ActZero by Artist Bang&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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