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와 유혹은 마른 입술을 탐하며
활짝 핀 꽃잎을 밀어넣고
유선을 따라 흐르던 다섯가지 향기를 수유하였고
몸 가장 거친 곳을 긁어 밝힌 성냥불 아래
감사함에 기도케 하였으니
신의 결실은 기하학적이다
그릴 수 없는 곡선으로 가슴을 내미는 여인을
그는 가학적이다
탐닉하는 순간 원죄를 심어버렸으니
먼 곳부터 닦아오는 회개가 애처롭다
싸늘히 위장한 이 계절은 길 아래 체온을 묻고
야만스러운 밤이 지나면
알알이 영근 내 죄의 목록들을 묻다가
검게 바랜 여인의 유두가 죄의 증거라며
밤을 한껏 유린하다 달콤함을 취하고
투명한 속살 비치는 진실은 삼켜버린 채
기억이 완전하게 지워진 어느 봄날 아침
낯선 곳에서 싹을 틔울 것이다
체온이 남은 그 위를 따라 걷는다
밤이 누명을 벗었어도 용서는 길 위에 있지 않아
그가 손짓하는 곳으로 가는 동안 나를 버렸다
농익은 죄가 발에 밟히고
꽃잎의 혀를 깨문 입가의 흔적을 닦은 나뭇잎이
붉게 젖어 내린다
길, 이 계절의 비린내가 섬뜩하다
[이미지 작품출처 - #ActZero by Artist Bang&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