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품 속으로 파고들어
진한 입맞춤으로 유혹했다
플라타너스의 잎 붉게 상기되어
뜨거운 사랑인 줄 알았었다
시절을 업은 잔인한 살인자에게
영혼을 잃은 삶의 부스러기들이
육신의 끝 아슬하게 매달려 떨다가
한껏 가벼워졌는데도
어이없게 발 아래 내려앉는다
운전자를 알 수 없는
검은 창의 차가 지날 때마다
휠체어 탄 환자처럼
조금씩 밀려나간다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중함이란 아이러니는
그림이 되고
음악이 되어
눈과 귀,
비로소 가슴에 각인되었지만
하나라도 잡아볼까
어깨 움켜쥐었더니
지나고 난 메마른 추억이라
화장된 골분마냥
손가락 사이 비집고 나와
나를 속인 바람을 따라
저만치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