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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윤인경 Nov 17. 2021

바람을 따라간 영혼

시간여행자

누군가 품 속으로 파고들어

진한 입맞춤으로 유혹했다


플라타너스의 잎 붉게 상기되어

뜨거운 사랑인 줄 알았었다


시절을 업은 잔인한 살인자에게

영혼을 잃은 삶의 부스러기들이

육신의 끝 아슬하게 매달려 떨다가

한껏 가벼워졌는데도

어이없게 발 아래 내려앉는다


운전자를 알 수 없는

검은 창의 차가 지날 때마다

휠체어 탄 환자처럼

조금씩 밀려나간다


죽음으로부터 배우는

삶의 중함이란 아이러니는

그림이 되고

음악이 되어

눈과 귀,

비로소 가슴에 각인되었지만


하나라도 잡아볼까

어깨 움켜쥐었더니

지나고 난 메마른 추억이라

화장된 골분마냥

손가락 사이 비집고 나와

나를 속인 바람을 따라

저만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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