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해서가 아니다
고요해서도 아니다
느려지는 파문만큼 달아나는 널
안고 싶은 건 아니다
돌아서려 하는데
멀어지려 하는데
떼어지지 않는 걸음을 핑계로
그냥 보내려는 것도 정말 아니다
네가 나를 비추고
네가 나를 감추고
어느새 체온마저 닮아가는 널
두려워해서도 아니다
널 가지려 했던 이유가
널 버리려는 이유가
너 때문이 아니라 그냥
바람이 없는 오늘 너의 모습 같아서
거울 같아서, 추운 겨울 같아서
너를 마주하기 힘들었을 뿐이니
떠나기가 싫다면
놓아주기 싫다면
그냥 계절처럼 얼어붙어 그렇게 스미면
사랑한 것도 아니고 이별한 것도 아니니
고이 고여 내곁에 그렇게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