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시간여행자

by 이윤인경

바다 속 숨막히는 하루가 지났어요

가득 채운 채 날 실어나르는 잠수함은

아침처럼 희박한 공기로 내 숨을 짓누르죠

질식하기 직전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요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좁은 길을 따라 걸어요

조각같은 다리로 나를 스치며 앞서 가는 여인은

본 적 없는 햇살이에요 덧없이 사라지죠

나의 아내였으면 해요

순간이지만 내가 사랑했을지도


좁은 방에 들어서요

하루종일 매캐한 숨을 내뱉은

낡은 텔레비전도

낡은 장판도

그 아래 삶을 연명하는 곰팡이도

저마다 적막을 복제하는 중이에요


눈을 감기도 전 몸을 휘감아오는

곰팡이의 위험스런 향기가

숨을 뚫어 오묘하고 야릇해요

이제 몸을 뉘어요

그녀가 떠올라요

상상에 감전된 손이 떨리다가

이내 힘 없이 떨어져요

고요마저 질식하는 순간에는

이 곳에 숨이 있는 것들은 없어요

이제 바다여행은 그만해야겠어요

반지하 나의 방에는

남은 숨이 없어요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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