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2 : 거기 하늘이랑 여기 하늘이랑 마음이 다른가 보지 나 : 어떻게 다른데? 딸2 : ㅇㅇ이는 빵 먹어서 즐거운데 나는 피자 못먹어서 슬퍼 딸1 : 야! 슬플 때만 우는 게 아니거든 기뻐도 우는 거라고 아빠가 그랬거든 딸2 : 맞아. 그런데... 지금 하늘은 아니야
나 & 아내 : ......
딸2가 느끼는 마음과 시간은, 같으나 공간이 다른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안내리고의 차이가 서로 같은 것이라 느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어쩌면 상투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비가 내리는 하늘이 슬프다는 것이 비가 내리는 곳과 내리지 않는 곳의 지역적 차이에서 마음의 다름을 읽어내는 아이의 생각에 놀랍니다.
시란 그 시적 대상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대상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내느냐에 따라서 대상이 같더라도 서로 다른 느낌의 시가 탄생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자, 예로 두 편의 시를 봅시다.
저 타오르는 곳에는 내가 없고
바라보기만 할 뿐
다가가면 다시 더 먼 곳으로 뒷걸음질친다
모두들 불나방처럼 불 속으로 달려들어
내게서 멀어질수록 검은 점이 되어 하늘에 박힌다
점이 모여 밤이 된다
채우지 못한 공간은 별이 되고
점의 무게에 잠이 무겁다
오늘이 비로소 식는다
- 예하의 시 <오늘이 저물다> 중 발췌 -
예하의 시는 도시의 석양이라는 대상을 바라보며, 저물녘에서부터 짙은 밤이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면서 일상에서의 지침, 퇴근길에서 차 속에서 바라보는 석양을 보며 매일 번아웃되는 삶을 조금은 절망적이며 측은하게 표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젊은 날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
마지막 숨을 몰아쉬기까지
오랜 세월 하나가 되어
황혼까지 동행하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 용혜원의 시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 중 발췌 -
용혜원의 시에서는 석양을 황혼에도 타오를 수 있는 아름다운 사랑에 비유하며,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잃지 않는 열정을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생각됩니다.
두 시가 모두 석양이라는 대상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오면서 하나는 절망적인 상황에 대해 또 하나는 황혼의 열정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는 대상이 되는 것의 마음을 어떻게 읽어내느냐에 따라서 확연히 다른 시로 표현될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시를 쓰기 위해 언젠가 뚫어지라 거울을 바라본 적이 있습니다. 거울 속의 나와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마음이 같을까 다를까 한참을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시를 쓰려면 시적 대상의 마음을 자신의 시선으로 읽어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시적인 표현이라고 하는 것은 그러한 마음을 읽어낸 후 그 생각을 가장 잘 함축할 수 있는 단어와 수사로서 나타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저와 마찬가지로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거울 속의 자신의 마음을 한번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여러분 각자가 시적 대상이 된 시가 한편 나올 것 같아 기대가 되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