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보다

by 이윤인경

연약한 너의 욕망은 질긴 편견을 뚫고

하늘에 말을 건다
뻗어 오르는 가지가 부러웠으나
바람에 줏대 없는 가녀림에 실망했으니
네가 되기 싫더라구


나의 말은 지독한 자기보호본능투로
부러지면 어때

제 가슴 찌를 일 없으니
꺾여 너덜대지 않으니
푸른 낯빛의 너와 나눈 이야기들이
나를 닦아 기르고 있으니
너의 혼(horn)에

나의 혼(魂)을 세워


빙의된 채 느루하게 적시는 는개는
점점 단단하게 슬픔을 발기하고
가장 높은 곳에서

너의 깊숙한 곳까지 스며 들어
질펀한 네 입술이 대답을 삼켜버린 사이
울음은 욕망을 타고 어깨를 흔들어


하늘은 대답 없고

아슬하던 나뭇잎은 손을 놓치고

여윈 가지 끝은 또 애절하다



*느루 - 한번에 몰아치지 않고 시간을 길게 늦추어 잡아
*는개 - 안개비와 이슬비 사이의 가는 비


[작품출처 - 여인과 나무 by ye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