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성남동 공영주차장 골목
요즘은 성남동으로 발길이 자주 간다. 울산 거주 5년째 나름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성남동은 요즘 들어서 가고 알게 된 곳이다. 알고 보니 한때는 울산의 중심지였다고 한다. 쇼핑하고 필요한 걸 사러 갈 때면 항상 삼산이었는데 요즘엔 성남동으로 가게 된다.
성남동을 가면 재래시장도 있고 쇼핑센터도 있고 알게 모르게 맛집도 많은 것 같아 나에겐 딱이다. 얼마 전 구매한 소파패드 사이즈 교환으로 들렀다가 비가 와서 골목 안 이름 없는 손칼국수집을 가게 되었다.
비도 오고 해서 찾기가 좀 힘들었는데 모르는 곳을 우찌우찌 찾아가는 재미도 솔솔 했다.
공영주차장 옆 골목에 위치한 칼국수집은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이 지긋한 할머니께서 반겨주신다. “어렵게 찾았어요. 칼국수 주세요”
반죽을 홍두깨로 밀어 촥촥촥 칼질을 하셔서 만들어 내시는 칼국수 면이 참 인상적이다.
앉아서 기다리면 할머니께서 면을 미시는 과정과 삶아내시는 과정 그러니까 만드시는 모습을 다 볼 수가 있다. 할머니랑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칼국수가 어떻게 나올까를 상상했다.
면이 익는 동안 결명자와 김치를 꺼내 주셨는데 물 맛이 참 좋았다. 결명자는 여름에도 잘 쉬지 않는다고 항상 결명자를 끓이신다고 하셨다.
짜잔 하고 칼국수가 나왔다. 먼저 눈으로 먹어본다.
비주얼이 아주 먹음직스럽다. 냄새도 좋다. 일단 눈으로는 맛있다. 올려진 고명들을 한 번 쓱 섞어 준 다음 면발을 조금 집어 입 속으로. 와. 너무 맛있는데.. 익숙하면서도 뭔가 다른 맛. 쫀득쫀득 면발에 먼저 반했다. 국물은 맑고 깨끗하다. 내 스타일의 칼국수다.
면발에 윤기가 나고 면이 참 이뻤다. 고명으로는 채 썬 늙은 호박이 들어가고 김, 갈은 깨, 할머니표 간장이 올려졌다. 우찌 간이 이래 딱이래?? 면발은 또 우찌 이리 쫀득하대?? 양은 또 뭐가 이리 푸짐하담?? 김치는 또 왜 이리 맛난담?
먹는 내내 맛있어서 계속 감탄하며 먹었다. 빈 그릇이 그 증거다. 마지막으로 꼬순내 나는 깨 국물까지 깨끗하게 먹어치웠다. 이 자리에서 40년을 하셨다는 할머니의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분명 양이 많았는데 한 그릇 뚝딱했으니. 먹고 나서도 부대끼고 그런 거 전혀 없고 속이 편했다. 참 정성이 많이 들어간 칼국수임에 분명했다.
오래된 선풍기가 눈에 띄어 캐치를 했다. 옛날에 봤을법한 그런 선풍기가 참 정겹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하신다. 주변 재개발로 인해서라고 하셨다. 담에 올 땐 소문내서 친구들이랑 같이 오라고 하셨다. 80 가까이 되어 가시는 할머니는 이제 1년 정도 장사를 더 하실 거라고 하셨다. 이번 여름 많이 더워서 힘이 들었다고 하신다. 할머니께서 장사하시는 동안에는 부지런히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맛있어서 감동 듬뿍 받고 갑니다!!
담에 또 오께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