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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이 느낌 좋다냥

폰만 쓰다가

by 지니





며칠 전 새 하얗고 뽀얀 아이보리 색 마우스 패드를 들였다. 노트북과 마우스는 있는데 마우스 패드가 없었던 것이다. 마우스 패드를 들인 건 브런치를 할 때 노트북을 사용해서 해 보고 싶었다.

오늘 처음 노트북으로 브런치를 하는데 뭔지 모르게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새롭다는 건 참 좋은 거잖아. 설렘도 있고 신선함도 있고 말이지. 한 손으로 들고 다니는 작은 폰에서 글을 적는 거와는 차원이 다른 거였다.


글에 적힌 댓글에 답글을 적는데 왠지 신선한 기분으로 되더라는 것이다. 내용도 폰에서 적던 거와는 다른 느낌으로다 그래서 그게 좀 신기했다. 노트북에서 자판을 치는 느낌과 스마트 폰에서 자판을 치는 건 정말 다른 것이로구나. 뭐든 겪어봐야 아는 사람이라 캐치가 많이 늦고 누군가가 보면 답답하기도 할 테지만 그런 내가 난 좋다. 느림보인.


밀란쿤데라의 느림이 생각났는데 그때는 이 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었다. 생각난 김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땐 무슨 생각을 하며 읽었을까? 속도에만 연연하고 천천히를 즐길 줄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어릴 때 접했던 책이라 지금 읽으면 이해가 조금 빠르겠지? 여하튼 그때 당시 밀란쿤데라의 느림을 읽게 된 게 나도 모르게 영향을 끼쳤나? 아니, 꼬꼬마 때부터 느린 아이였다.


노트북을 펼치고 브런치를 해보자 하는 순간 '뭐야? 나 이제 진짜 작가 되는 거야?' 하는 울림이 뇌리를 스친다. 기분이 묘하고 좋은 것. 자판을 치는 느낌이 이런 거였구나. 잊고 살았던 무언가를 다시 되찾은 듯한 느낌. 무튼 좋은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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