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하며 든 생각
브런치에 재미가 들면서 브런치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왜? 브런치는 재밌다.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이 재미있는 걸 왜 여태 몰랐나?
아침 눈을 뜨면 침대 옆 고이 모셔져 있는 휴대폰을 본다. 먼저 확인하는 건 브런치 알림이다. 이웃 작가님들의 새 글부터 나에게 온 알림글을 차례로 확인한다. 누군가가 댓글을 주었으면 거기에 상응하는 답글을 달면서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연로한 어머님과 함께 살기 때문에 어머니 아침을 챙겨야 한다. 요즘은 허리를 다쳐서 거의 누워 지내시기 때문에 내가 수발을 들고 있다. 어머님을 돌보며 짬짬이 브런치 생활을 즐기고 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드는 생각들을 글로 적고 싶은 충동이 일 때가 있다. 그래서 브런치 북 <끄적이고 싶을 때>를 만들어 매일 적었다. 어느새 30화가 끝났다.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사건들로 인해 즐겁기도 괴롭기도 기쁘기도 뿌듯하기도 어쩔 땐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브런치에 빠져있는 시간을 지나 어느새 저녁시간이 왔다. 이러고 있을게 아니지. 마지막 남은 한 끼가 있었지. 정신이 확 깬다. 식탁 위엔 미처 정리되지 못한 아이들이 내게 아우성을 보낸다. 무엇에 홀린 듯 식탁과 주방을 번갈아 가며 정리를 했는데 그 시간이 5분도 채 안 걸렸다.
제 자리를 찾아 간 아이들은 지금 미소를 짓고 있다. 싹 비워진 식탁도 싱긋 웃어 보인다. 몇 개 안 된다고 미뤄 둔 개수대의 그릇들... 참 내가 너희들을 방치했구나.
이 글은 5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정리를 싹 한 뒤 떠오른 글이다. 그래서 이 매거진을 만들고 글을 쓰게 되었다.
매일 내가 존재하는 공간에서 매일의 새로운 나를 발견한다. 그 공간은 어지럽혀 있을 수도 있고 깨끗이 정리되어 있을 수도 있다. 급하게 치워지는 공간이 있고 순차적으로 순서를 기다리는 공간도 있으며 두고두고 미뤄지는 공간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이 공간 안에 존재한다.
정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이 생각들을 또 한 번 글로써 정리함으로 쐐기를 박게 된다.
실천은 늘 어렵다. 그래도 생각하고 말하고 쓰고 반복하면 언젠가는 변하고 바뀐다. 큰 변화와 바뀜은 아니겠지만 서서히 조금씩.
경험을 토대로 변화되는 것을 진짜로 여긴다. 누가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지만 듣고 실천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정리를 하면 정신이 맑아져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고 새로운 일들을 할 수가 있다.
삼시세끼 집밥이라 힘들기도 하고 지겹기도 해서 낮에 피자를 시켜 먹었는데 그게 입맛에 좀 맞질 않았다. 어머님도 드실 땐 몰랐는데 나중엔 느끼하셨는지 속이 안 좋다고 하셨다. 그럼 나중에 국수 삶아서 김치말이 국수 해 먹을까요? 했더니 그러자고 하셨다.
시간이 흐르면 생각도 바뀌기 마련인가? 아침에 끓여 둔 담백한 두부국을 베이스 삼아 물국수를 해 먹으면 되겠다 생각했다. 그전에 나는 이 글을 적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한 끼를 남겨두었다. 열심히 달려왔다. 마지막 힘을 내어보자꾸나!
어머님이 부르셔서 방으로 갔더니만 어머님 왈 “우리 이제 밥 먹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