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쯤 왔을까?

작은 위로가 필요한 날들

by 황사공



글을 쓰고 싶지만 쓸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11월부터 다시 심해진 코로나로, 그것도 내가 사는 지역이 3차 대유행의 진원지가 되는 바람에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36개월을 갓 넘긴 첫째와 아직 젖도 못 뗀 둘째, 그리고 격일로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까지 세 남자에 둘러싸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주로 세 남자를 먹이느라 하루가 다 사라진다.

최근에는 둘째의 이유식이 추가되어 더더욱 바쁘고 머리가 아프다. 메뉴 고민부터 만들고 차려내고 먹이고 치우고.

요즘의 내 머릿속은 아마 구 할이 밥에 관련된 고민일 것이다.

왜 그리 엄마나 할머니가 우리의 '밥'에 집착했었는지 너무도 잘 알 것 같. 나 역시 이런 시간을 계속 보내다 보면 할머니가 되어서도 내내 밥 먹일 걱정밖에 못하게 될 것 같다.


내일 아침은 뭘로 할지 점심은 또 뭘 줄지 간식은 저녁은 또 무얼 할지 고민을 하다 보면 대체 이게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먹으려고 사는 것도, 먹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닌 먹이기 위해 사는 나날들. 나의 나날들 덕에 우리 집 세 남자는 모두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남편을 포함해서 말이다.



간간히 놀이터나 집 앞 공원엘 가던 일 조차 사치가 되고, 주에 한번 큰 아이의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던 일상도 사라지고 나니 정말 집에 갇힌 꼴이다.

외출도 외식도 없이 좁은 집에서 넷이서 푸닥거리며 지내는 시간 속에 소리 없이 코로나 블루 찾아온 것 같다.


끝없는 육아에서 내 유일한 숨구멍이 글쓰기인데

요즘의 나날들 속에선 글을 쓰기는커녕 낮에 잠시 눈을 붙일 시간조차 없다. 7개월 차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중인 나에게 가장 시급한 건 글쓰기가 아니라 휴식이 되어버렸다. 그 휴식마저도 할 시간이 없다니.


코로나 덕에 누가 집에 와서 도와주는 것도 어려워졌다. 지방이 계신 노쇠하신 부모님을 부를 수도, 그나마 가까이에 있는 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힘들다.

모두가 내 건강이, 내 가족이 우선인 지금 시국에 불확실한 접촉을 늘리라 요구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지금의 힘듦도 그저 내가 홀로 감내해야만 하는 것이지 싶어 자꾸만 더 우울해진다. 다들 이러고 살고 있는 걸까?


아무것도 안 하는 듯 보이지만 바쁘기만 한 시간들로 가득 채워진 나날 속에서 나는 또다시 번 아웃되기 직전에 놓여있다.



몸이 피곤하면 마음도 피곤하다.

마음이 피곤하면 모든 것에 부정적이게 된다.

아이에겐 마녀가 되고 남편에겐 잔소리꾼이 되었다.


내가 이런 사람이 될 줄 정말 몰랐었는데...

정말 아직도 재발견할 자아가 남아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너무 지쳐 잠시 잠시 밤바람을 좀 쐬러 나왔다.


밤에도 두 시간 간격으로 울어대는 둘째 덕에 밤잠이 쪽잠 된 지 한참이다. 마지막으로 푹 자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피곤하지만 쉬이 잠들지도 못한다. 아마 종일 마신 커피 탓 이리.




내가 어떤 사람이었던가?


이제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머리에 뿌연 안개가 차 있는 기분이다.


무엇인가가 그리운데 그 무엇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더 바보가 되어버리기 전에 다시 돌아와야 할 텐데...

요즘의 내가 나도 염려스럽다.




이런 위기의 엄마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해맑기만 하다. 무 힘들게 하긴 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럽다.

아직도 어설픈 엄마인 내가 아이들에겐 좋은 엄마여야 할 텐데. 고맙고도 미안하다.


아이들이 삶의 이유라는 것, 참 슬픈 일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의 내가 딱 그렇다. 아이들을 위해 내 모든 삶이 돌아간다. 내가 없으면 망가질 아이들의 하루가 두려워 피곤하고 힘들어도 또 일어난다.

행복한 슬픔이라는 게 있으면 딱 지금 이리라.


아이들이 크면 다 좋아진다는데,

지금의 나는 얼마큼 온 걸까?


답을 알려면 더 살아내는 수밖에 없겠지..


한숨이 난다.



그래도 차갑고 조용한 새벽의 공기가 아주 조금은 위로가 된다. 나오길 참 잘했다.


둘째가 깨기 전에 얼른 돌아가야지.


다시 긴 글을 써 나갈 수 있는 날이 금세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