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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May 18. 2018

너의 집착, 내겐 사랑이야

애착의 시작




이제 7개월에 접어든 아기는 엄마, 아빠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영상통화를 자주 하는 할머니도 알아보는 눈치이다. 7개월 즈음이면 아기는 대상 영속성이 발달해 엄마가 사라지면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는데, 우리 아기 역시 지금 그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의사 표현도 조금씩 생겨 이제는 좋고 싫음을 알아챌 수가 있게 되었다.



요즘 아기는 부쩍 엄마를 찾는다. 혼자 놀다가도 옆에 엄마가 있는지 확인을 하고, 있는 힘껏 기어와 살을 부빈다. 보이는 곳에 엄마가 없으면 엄마가 와서 안아줄 때까지 숨이 넘어가게 울기도 한다. 만 7개월에 접어들면서 아기는 엄마 껌딱지가 되어버렸다.


특히 졸릴 때 엄마 껌딱지 모드가 최고치로 발동을 하는데, 그때는 아빠도 애착 인형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로지 엄마의 품만을 원하는 강력한 그 욕구 앞에서 지금껏 일주일의 반은 아기를 안아 재우던 아빠는 서운함이 들었고, 더 아기를 많이 안아줘야 하게 되어버린 나는 당혹스러운 행복감이 들었다.


참 낯선 감정이었다. 아기가 처음으로 아빠품에서 자지러지게 울었을 때, 그리고 도저히 멈출 것 같지 않던 울음을 내 품에 안기자마자 그쳤을 때의 그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낯설게 벅찬 행복함 정도가 가장 적절할 것 같기도 하다.






엄마라는 이름은 아직 낯설기만하고, 모성애라는 감정 또한 물음표인 시간들이 많았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기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잊혀가는 나 자신을 붙잡고 싶어 아이에게 소홀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이와 둘이서만 쌓아가는 시간들이 늘어가면서 나는 조금씩 지쳐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 새로운 감정 앞에서 나는 처음으로 완전한 엄마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내 품에 매달려 티 없이 맑은 눈으로 나만을 올려다보는 이 작은 생명체가, 내가 아니면 안 된다 엉엉 우는 이 순수한 집착이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임을 온 마음으로 느꼈다. 그리고 밤마다 나를 괴롭히던 피로와 근육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정말 마법 같은 시간이다. 출산 후 몸과 마음도 힘든 엄마가 가장 지쳐가는 시간 즈음에 아기가 엄마를 향해 무한 애정을 보이고, 엄마는 그 어떤 영양제로도 채울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를 얻게 되는 시간, 7개월.


바로 이것이었나 보다. 지구 상에 있는 모든 엄마를 슈퍼맨으로 만드는 비밀 무기가.






아기는 오늘도 엄마부터 찾는다.


자다 깨서 가장 먼저 엄마를 찾고, 놀다가도 엄마를 찾는다. 엄마가 보이지 않으면 다시 나타나 꼭 안아 줄 때까지 울고, 안아주면 언제 울었나는 듯 밝게 웃는다. 낯선 사람이 다가와도 엄마품에 파고들고, 기분이 좋아도 엄마품에 얼굴을 부빈다. 엄마가 웃으면 따라 웃고, 엄마를 웃게 하려 먼저 웃는다.



아기에게 내가 다 해줘야만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껌딱지가 되어버린 아기를 키우기 위해서 내가 헌신하고 양보해야 하는 것이 육아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나의 헌신과 양보가 부족하게 느껴질 만큼 순수하고 벅찬 사랑을 아기로부터 받는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기에게 애착이 생긴 요즘에서야 나는 아기를 제대로 키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잘 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내가 이렇게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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