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은 어떻게 정의할까?
■ 원어 제목: 인재경도(人在囧途, 런짜이죵투)
■ 영어 제목: Lost On Journey
■ 장르 : 코믹
■ 년도 : 2010
■ 감독 : 叶伟民
■ 주요 배우 : 徐峥,王宝强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0년에 개봉한 코믹 영화, <인재경도(人在囧途)>입니다. 일전에 <아불시약신(我不是药神)>과 <천하무적(天下无贼)>, 두 작품으로 각각 소개드렸던 배우 쉬쩡(徐峥)과 왕바오챵(王宝强)이 그 주인공입니다.
이 영화의 제목에 있는 한자 경(囧)은 한자 자체의 의미는 '빛나다'지만, 중국어에서는 '곤란한, 난감한, 울고 싶은' 이런 의미로 쓰입니다. 한자의 모양과 현대 중국어에서의 의미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죠. 즉 이 영화의 뜻은 '울고 싶은 길 위에서'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제 기억엔 이 영화를 기점으로 이 죵(囧)이라는 단어가 중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개봉했을 당시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죠.
영화의 배경은 중국의 설, 춘절 연휴. 우한(武汉)에서 창샤(长沙)로 가는 설 연휴 귀향길, 중국어로는 춘윈(春运)의 과정에서 두 주인공이 겪는 각종 '난감한' 상황들을 보여주며 인물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헤쳐가는지, 난감했던 귀향길의 끝은 어디인지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배우 쉬쩡이 연기한 인물은 리청공(李成功), 이름만 보셔도 알겠지만 사회적으로 굉장히 성공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가정이 있는 그에게는 불륜의 대상도 있죠. 이번 귀향길에서 그는 고향에 있는 아내에게 이혼을 얘기할 계획입니다. 배우 왕바오챵이 연기한 인물은 농민공 니우겅(牛耿). 이 인물 역시 이름을 통해 그 성격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겅(耿)은 중국어로 '우직하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이름처럼 그는 우직합니다. 나쁘게 보면 좀 바보 같을 정도로 우직하고 사람을 믿죠. 이번 귀향길에 그는 떼어 먹힌 임금을 되찾을 예정입니다.
한쪽은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인사, 한쪽은 돈 떼어 먹힌 농민공. 사회적 지위로 보면 극과 극인 이 두 명이 어쩌다 보니 같은 비행기에 타게 되고, 같은 기차에 타게 되고, 같은 버스에 타게 됩니다. 가장 좋은 교통수단으로 시작했지만 어쩌다 보니 점점 더 안 좋은 교통수단으로 옮겨가게 되죠. 이는 처음엔 일개 농민공인 니우겅을 무시했던 리청공이 점점 그의 마음과 사람됨을 헤아리게 된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다양한, 이런 일까지 일어날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재난적인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주인공들은 어찌어찌 잘 헤쳐나갑니다. 영화니까요. 그들이 헤쳐나가는 과정이나 심리 같은 것은 영화를 직접 보는 것이 훨씬 의미 있을 것 같아 자세히 서술하진 않겠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어떤 사람을 호인(好人),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면 리청공이 니우겅보다는 훌륭한 사람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만큼 지위가 있기 때문이죠. 영화 속에서 니우겅은 영화에서 계속 리청공을 '귀인(贵人)'으로 칭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떻습니까? 아내와 아이 몰래 다른 여자와 불륜 관계를 갖고 있고, 곤란에 빠진 사람을 만나도 그가 자신을 속인 것일까 봐 돈이 두둑한 지갑 한 번 열 생각을 안 하고, 내심 못 사는 사람을 무시하죠. 소인과 군자의 개념으로 보면 소인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니우겅은 열심히 일했지만 임금은 제대로 받지도 못했고, 살면서 처음 비행기를 타고 승무원에게 창문을 열어달라고 한다거나 우유를 한 통 가득 들고 액체 반입 금지인 공항 보안 검사를 통과하려고 하죠.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떳떳하지 않은 일은 하지 않습니다. 힘들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비록 자신의 손에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그마저 내주는 사람이죠. 어떤 여성이 길에서 아이의 수술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며 구걸을 하고 있는 걸 보고 냉큼 가지고 있는 돈을 몽땅 내준 니우겅을 리청공이 바보라고 힐난하자 그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오히려 그 여자가 가짜라면 더 잘 됐지. 그렇단 건 어쨌든 아픈 아이가 없다는 거잖아."
이 구걸하는 여성에 대한 태도 외에, 니우겅과 리청공의 이런 성격적인 대조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에피소드는 기차에서 검표당할 때입니다. 리청공은 비행기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기차를 타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춘절 연휴 기간이라 특등실은 표가 없어 부하 직원이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일반실의 표를 예매해줍니다. 자리가 없다니 체념하고 기차에 타 자리에 앉아있는데 그때 마침 기차를 탄 니우겅이 그를 발견하죠.
검표를 하는데 둘이 가진 표가 하필 같은 자리 것입니다. 누구 한 명은 가짜 표를 가진 것이죠. 리청공은 당연히 니우겅의 것이 가짜일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자기 표는 진짜라고 주장하죠. 역무원과 니우겅이 표 재발급(补票) 건으로 실랑이하는 사이 몰래 인터넷 검색 찬스를 쓰는데, 아뿔싸, 자신의 표가 가짜인 것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이때 그의 행동은? 모르는 척하는 거죠. 아, 물론 아무도 듣지 않는 곳에서 부하 직원을 전화로 깨긴 했지만요.
니우겅은 순진하고 정직합니다. 그가 산 표는 진짜죠. 하지만 그의 외적인 요인들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의심을 받거나 무시를 받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그는 '어쩌면 진짜 내 표가 가짜일지도 몰라' 하는 생각을 하고 있죠. 반대로 리청공은 니우겅이 매표소에서 정직하게 줄 서서 진짜 표를 살 때, 본인은 직접 줄을 서지 않고 부하 직원을 시켜 웃돈을 준 표를 사게 했고, 그 표가 가짜임을 본인이 알게 되었음에도 먼저 앉은 자리를 양보하지 않습니다. 이쯤 다시 생각해봅시다. 누가 훌륭한 사람인가요?
배우 왕바오챵은 일전에 리뷰한 <천하무적(天下无贼)>의 발암캐 샤껀(傻根)과 비슷한 느낌의 인물을 이 영화에서 연기합니다. 우직하게 본인이 믿는 세상을 사는, 참 마음 편한 캐릭터죠. 하지만 이 영화의 니우겅은 샤껀처럼 곁에서 그의 신념을 지켜주는 나쁜 조력자들이 없습니다. 맨몸으로 차가운 세상에 맞서지만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잃지 않는, 저는 이 영화의 니우겅이 샤껀보다 좋네요.
단순한 플롯에 아주 전형적인 코믹영화의 흐름을 타는 영화인데, 생각보다 너무 잘 되어서 그런지 나름대로 '죵(囧) 시리즈'로 두 편의 영화가 더 제작되었습니다. 이 후속 편 두 영화의 감독은 리청공을 연기했던 배우 쉬쩡(徐峥)인데요. 사실 내용상의 관련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쉬쩡(徐峥)의 영화감독 버킷 리스트를 이뤄준 정도의 의의만 있는 것 같아요. 심지어 세 번째 작품인 '경마(囧妈, 죵마)'에는 1, 2편을 함께한 배우 왕바오챵도 출연하지 않아 평점이 더 안 좋죠. 개인적으론 첫 번째 작품인 '인재경도(人在囧途)'만 보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사람이 있는 곳엔 반드시 인정이 있다"! 두 주연의 케미가 돋보였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