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지 않은 진짜 중국의 '청춘'
■ 제목: 마랄격벽 (麻辣隔壁, 마라거비)
■ 장르 : 코미디 / 학원 / 시트콤
■ 년도 : 2012~2015 (4개 시즌)
■ 감독 : 李洪绸
■ 주요 배우 : 杨羽,邵庄,邢冬冬,王冬,安宁,汪甜甜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총 4개 시즌으로 나온 학원 시트콤 <마랄격벽(麻辣隔壁)>입니다. 전편에서 리뷰한 <모편(毛骗)>과 동일한 제작사에서 제작했고, 등장했던 배우들이 거의 그대로 이 드라마에도 나옵니다. 이제 이 제작사가 얼마나 돈 없는 제작사인지 느낌이 오시죠?
드라마의 제목인 '마랄격벽(麻辣隔壁)'은 마라샹궈나 마라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단어입니다. '벽 너머'라는 뜻의 격벽(隔壁)이라는 말이 들어갔지만 방이나 집과도 전혀 관련이 없습니다. 이 단어는 사실 비속어입니다. 저 단어를 앞글자만 따면 MLGB인데 이 말 자체가 중국어로는 일상적인 욕과 비슷한 단어입니다. '아니 드라마 제목부터 웬 비속어?'라는 생각이 드실 텐데, 굳이 이유를 찾아주자면 극사실주의 작품이라서 그렇습니다. 아마 감독은 주인공들 나이 또래의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쓰는 비속어가 이 MLGB라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 또래의 느낌을 심어주고자 제목도 그렇게 짓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드라마는 <모편(毛骗)> 시즌 1이 완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사실상 <모편(毛骗)> 시즌 2, 시즌 3과 동일한 시기에 촬영이 진행됐죠. 아까 배우들이 거의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비밀을 하나 이야기하자면 그 배우들이 촬영팀이고, 자막팀이고, 음향팀이고, 소품팀이고, 캐스팅팀이고, 편집팀입니다. 물론 이 배우들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누구도 '배우' 역할만 하진 않습니다. 이건 <모편(毛骗)>도 마찬가지죠.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매 회차마다 나오는 엔딩 크레딧을 보다가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온갖 역할에 주연배우 이름과 같은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이렇게 멀티로 이용해먹으려고 그랬는지 감독은 연기자를 모두 스쟈좡이라는 도시의 한예종 같은 대학교, 허베이촨메이대학(河北传媒学院)에서 캐스팅했고, 이들은 작품에서 연기를 함과 동시에 촬영이 끝나면 영상을 편집하거나 자막을 넣는 등 부가 작업을 진행합니다. 사실 이 역시 투입자본을 아끼려는 제작사의 눈물겨운 작전이었겠습니다. 아무래도 전문 제작진을 데리고 하면 페이가 세니까요. 그래서 이 드라마도 퀄리티는 <모편(毛骗)> 시즌 1과 유사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촬영 장소 역시 이 학생들의 학교인 허베이촨메이대학(河北传媒学院)으로 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대학 기숙사 같은 호실에 살게 된 네 명의 남학생들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는 학원 시트콤인데, 그 기숙사, 학교 식당, 도서관 등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배경이 되는 곳은 모두 이 학교입니다. 제작비를 절약하기 위해 최대한 정해진 장소에서만 촬영을 진행했고, 특수효과나 특별한 기술이 사용되는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 중국 대학생들이 많이 쓰는 속어들을 많이 배울 수 있습니다. 일단 네 명의 남학생이 함께 사는 기숙사는 222호실인데, 2라는 숫자가 중국어에서는 뭔가 좀 모자란 것을 뜻하는 단어죠. 모자란 놈들이 몰려 사는 기숙사라는 점을 숫자 3개로 보여준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2에 B를 붙인 얼비(2B)나 어리석다는 뜻의 샤(傻)에 B를 붙인 샤비(傻B), 대단하다는 뜻을 가진 뉴(牛)에 B를 붙인 뉴비(牛B) 등 B로 끝나는 각종 단어, 엄마를 부르는 각종 비속어 등 일반적으로 플랫폼을 통해 중국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는 좀처럼 듣기 힘든 비속어를 많이 배우실 수 있습니다. 말씀드렸죠? 극사실주의 드라마라고.
또 이 드라마에서는 중국 샨서성(陕西省), 안휘성(安徽省), 허베이성(河北省) 등의 사투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네 명의 남자 주인공의 고향이 각기 달라서인데요. 한 명은 샨서성 시안(西安), 한 명은 안휘성 푸양(阜阳), 한 명은 허베이성 탕샨(唐山), 나머지 한 명은 내몽고(内蒙古)로 이들이 한 데 어울려 각자의 방언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이 아주 재밌습니다. 물론 어떤 때는 잘 못 알아듣고 중국어 자막을 보기도 하지만, 어떻게 지역별로 말이 저렇게 다른지 신기한 부분이 많습니다. 한편으론 실제로 대학 기숙사의 풍경이 저렇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워낙 넓으니까요.
드라마는 극사실주의 표현방식으로 20대 초반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의 삶과 우정, 사랑 등을 보여줍니다. 네 명의 주인공은 대학에 정말 흔히 있을법한 남학생들입니다. 잔머리 100단의 알바몬, 게임하느라 식음을 전폐하고 자체 휴강을 일삼는 학생, 공부는 좀 못하지만 의리만은 끝내주는 학생, 여자에 관심이 너무 많아 모든 사고가 그쪽을 향해 있는 학생 등 어쩌면 주류 미디어에서는 잘 보여주지 못할 유형의 사람들이 다 나옵니다. 남학생만 나오진 않죠. 그들과 엮이는 여학생들도 물론 나오는데, 이 배우들 역시 <모편(毛骗)>으로 낯익은 얼굴들입니다.
중국에서는 보통 이 드라마를 <애정공우(爱情公寓)>와 비교하곤 하는데, 자본력에 있어서는 당연히 <애정공우(爱情公寓)>가 우세하지만, 현실성은 <마랄격벽(麻辣隔壁)>가 훨씬 높다고들 평가합니다. 제가 봤을 땐 두 작품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는데요. 전자가 미국의 프렌즈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남녀 간의 관계를 훨씬 조명했다면 후자는 한국의 <남자 셋 여자 셋>의 초반 시즌처럼 캠퍼스의 생활과 대학생들의 청춘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춘 작품인 것 같습니다. 중국어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표준어를 배우기는 당연히 전자가 좋고, 좀 더 실생활에서 쓰이는 말을 배우고 실제 속도로 중국어를 듣고 싶다면 후자가 훨씬 낫습니다.
<모편(毛骗)>의 소개글에서 제가 언급했던 것처럼, 우수한 퀄리티의 작품을 원한다면 이 드라마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청춘이 시청자의 피부에 정말로 와 닿는 청춘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의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이 작품의 제작 과정에서 이 수많은 청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회차 마지막에는 NG 장면의 쇼트클립 같은 것도 나오는데 그 B급 감성(앗 여기도 B가)이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내일이 잘 보이지 않아도 생각 없이 하하호호 웃으며 살던 대학 생활을 추억하신다면, 한 번쯤 보셔도 좋을 드라마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드라마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모편(毛骗)> 시리즈를 다 본 뒤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는데, 4개 시즌을 오늘로 모두 클리어했다. 이 드라마는 네 명의 각기 다른 지방에서 온 남학생들이 한 기숙사에 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내 생각엔 이 드라마가 MSG 한 방울도 넣지 않은 진짜 청춘인 것 같다. 비록 그 서술 방식이 좀 거칠기도 하지만 굉장히 현실적이어서 시청자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게다가 네 명의 남학생들이 사용하는 사투리가 모두 다른데, 한 명은 탕샨(唐山), 한 명은 시안(西安), 한 명은 허페이(合肥), 나머지 한 명은 내몽고(이 사람은 표준어로 말한다)로 듣고 있으면 정말 재밌다. 웹드라마의 새로운 영역을 알게 해 준 요우잉문화(优映文化)라는 제작사에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이 회사가 미디어 업계에의 열정을 잃지 않고 계속 독창적인 작품을 찍으며 자신의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