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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pr 06. 2021

일점취도가 (一点就到家)

커피와 차, 그리고 윈난(云南)


■ 원어 제목: 일점취도가 (一点就到家, 이뎬찌우따오쟈)

■ 영어 제목: Coffee or Tea?

■ 장르 : 농촌 / 드라마 / 코미디

■ 년도 : 2020

■ 감독 : 许宏宇

■ 주요 배우 : 刘昊然,彭昱畅,尹昉,谭卓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20년 10월 4일, 즉 중국 국경절 연휴에 세상에 나온 영화 <일점취도가(一点就到家)>입니다. 또우빤 평점으로 하면 6.7점, 대부분이 별 세 개를 주는 데 그친 영화인데, 어찌 된 일인지 최근 중국 영화 중에서는 드물게 한국에서의 상영이 결정되어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상영 중입니다. 한국에서의 제목은 <커피 오어 티>, 영화의 영어 제목으로 개봉되었습니다.


영화는 2013년작 <아메리칸 드림 인 차이나(中国合伙人)>의 포맷을 이어받고 거기에 중국의 현대적인 요소들을 추가하여 만들었습니다. '농촌으로 돌아간 청년들'과 '윈난(云南) 커피'를 주제로, 세 명의 청년들이 도시와 농촌, 오프라인과 온라인, 전통과 현대와 같은 두 가지 상반된 가치관 속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내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립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는 아무래도 '전통과 현대'로, 보이차로 잘 알려진 윈난 푸얼(云南普洱)의 찻잎과 원두를 각각 그 상징으로 이용한 세대 간의 갈등과 화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영화는 푸얼에서 촬영되었고, 영화에 등장하는 마을 주민 역시 실제 윈난에서 나고 자란 지역 주민들이 직접 연기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된 계기는 꽤나 단순합니다. 매년 중국 국경절에는 다양한 신작들이 개봉하는데, 사실 시기가 시기인지라 (국경절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소위 '국뽕' 영화입니다. 중국인이 아닌지라 너무 심한 국뽕 색채에는 항마력이 부족한 저는 그중에서 저는 <아화아적가향(我和我的家乡)>을 봤고, 그러고 나니 특별히 보고 싶은 다른 '국뽕' 영화가 별로 없더군요. 그러다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이 영화를 발견했습니다. <당인가탐안(唐人街探案)>으로 익숙한 배우 류하오란(刘昊然, 류호연)이 나오는 영화더군요. 러닝타임도 겨우 97분. 매력적입니다. 별생각 없이 웃을 수 있는 영화겠다 싶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상영 시기가 국경절 연휴였음을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됐습니다. 국경절에 중국 극장가에는 절대 일반적인 하하호호 웃고 끝나는 코믹 영화가 발 붙일 수 없음을 완전히 간과한 것이죠. 영화 속에는 중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도 분명 존재하지만, 끝까지 다 보면 체제에 아부하는 듯한 비현실적인 전개도 있고, '중국 만세!'를 외치는 듯한 국뽕의 느낌도 담겨 있습니다. 일단 윈난에서 나온 원두가 세계를 매료시켰다는 주제 자체가 다소 황당하죠. 제가 19년 중국에서 커피 박람회를 갔을 때 '아무래도 윈난 토양이 그래서 그런지 원두에서 버섯이나 흙냄새가 나는 경향이 있어 고민'이라는 윈난 커피 전문가들이 개최한 세미나를 들은 적이 있거든요.


게다가 감독과 각본이 너무 욕심이 많았는지 중국 현대사회에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키워드를 몽땅 영화에 쏟아부었네요. 예를 들면 시골 마을의 빈곤 탈출(脱贫), 국산 제품 지지(支持国货), 유수아동(留守儿童, 부모가 외지로 일하러 가고 시골에 남겨진 아이들), 라이브 커머스(直播带货), 세대차이(代沟), 젊은이들의 창업 열풍 등. 말하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아쉽게도 필름은 한정되어 있고.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영화가 강조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호해지면서 관객들은 이 영화가 그저 '체제 찬양 영화'가 아닌가 하는 인상만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 결과는, 보시다시피 참패. 중국인들이 또우빤에 남긴 감상평을 보면 아주 솔직합니다. 중국인들도 이렇게 대놓고 칭송하는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사실은 이 영화가 한국에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중국에서도 욕먹은 영화인데 한국에 개봉하면 어떤 꼴을 당할지 뻔히 보였기 때문이죠. 안 그래도 요즘 동북공정 문제로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가 강화되고 있는데 이런 영화가 개봉되면,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가 중국에서 사랑받았던 영화라고 오해할 수 있고, 결국 그럼 또 혐오 정서가 더 거세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본의 힘으로 한국에서 개봉하게 된 것인지, 주연배우 류하오란이 한국에서 인기가 많아서 개봉하게 된 것인지 정확한 배경은 모르겠지만 사실 여전히 한국에서 개봉하는 것이 적절한 영화인지는 물음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제가 추천해드리는 포인트는, 윈난성의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영화가 재밌는 면도 분명 있지만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좀 억지스럽고 국뽕 색채가 강한데 그래도 저로 하여금 포기하지 않게 만든 것은 영화 곳곳에 보이는 윈난의 눈부신 풍경들이었습니다. 겹겹이 솟은 산과 그 뒤로 보이는 다양한 형태의 구름들, 또 넓게 펼쳐진 차밭, 푸르른 하늘 등 주인공들 뒤편으로 넓게 그 배경이 보일 때는 숨이 멎을 정도로 예쁘더군요. 사실 아는 풍경이라 더 멋지게 보이는 것이, 19년 여름에 저도 윈난에 다녀왔고 그때 그렇게 숨이 막힐 정도로 예쁜 구름과 하늘을 실제로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윈난이 참 그렇게 가고  싶더군요. 푸얼은 또 못 가봐서 더 가보고 싶고요.


영화 속 하늘과 직접 찍은 윈난 리쟝의 하늘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은 영화 엔딩곡으로 나온 노래입니다. 일전에 소개드린 적이 있는 오월천(五月天)의 후배 831 밴드가 부른 <I don't want to change the world(我不想改變世界 我只想不被世界改變)>라는 노래인데요. 사실 이 노래는 원래 이 영화의 주제곡으로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촬영장에서 주연배우 펑위창(彭昱畅, 팽욱창)이 틀어놓고 듣던 노래가 영화와 어울리는 것 같아 감독이 즉석에서 엔딩곡으로 결정한 노래입니다. 노래가 꽤 신나고 가사도 이 영화의 주제와도 꽤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어서 저는 감독의 안목이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노래와 가사를 함께 소개합니다.


■ 831(八三夭), <I don't want to change the world(我不想改變世界 我只想不被世界改變)> 

https://youtu.be/uHrcAx-bETE


G 코드를 튕기며 락을 한 곡 불러

나의 평범한 꿈이 가진 온갖 맛에 대해 노래하지

刷一個 G和弦 唱一首 搖滾樂  

唱出關於我 平凡夢想的苦辣酸甜  


난 별로 특별하진 않아, 그저 대충 살고 싶지 않을 뿐

평생 입만 나불대다 가고 싶진 않으니까

我不是 多特別 是不想 再敷衍  

不想一輩子 出一張嘴  


돈 없는 건 별로 불쌍하지 않아, 꿈이 없는 사람이 불쌍하지

내겐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이 작은 락밴드가 있는걸

沒有錢 不可憐 沒有夢 才可悲  

我還有 愛我的人 和一個 小小搖滾樂隊  


난 이 잔혹한 세상을 바꾸고 싶진 않아, 

그저 이 세상이 날 바꾸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을 뿐

내일이 어떻든, 꿈이 얼마나 멀리 있든, 미래가 어디에 있든

상관없어, 그저 지금 미련이 남지 않으면 돼

我不想改變 殘酷的世界  我只想不被 這世界改變  

我不管明天 夢想多遙遠 未來在哪邊  

我只要 不遺憾的今天  


F 코드를 튕기며 나는 이름표가 달리길 거부해

피크는 오른손에 있고 심장은 왼쪽에 있으니 

괴물은 아닐 거 아냐?

刷一個 F和弦 我拒絕 被標籤  

匹克在右手 心在左邊 難道是異類?  


요즘 시대엔 누구든 리스크를 갖고 살아

나로 사는 게 그나마 안전해

這時代 每個誰 都活得 有風險  

不如做自己 比較保險  


난 이 잔혹한 세상을 바꾸고 싶진 않아, 

그저 이 세상이 날 바꾸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을 뿐

我不想改變 殘酷的世界  我只想不被 這世界改變  


편견은 두렵지 않아, 그저 나 스스로 주관이 없을까 두려워

표정도 없는 인간으로 살게 될까 두려워

我不怕偏見 我只怕自己 從來沒意見  

怕活成 沒表情的人類 


G 코드를 튕기며 락을 한 곡 불러

여기저기 굴러 몰골이 말이 아니지만 

그래도 난 내 얼굴이 좋아

刷一個 G和弦 唱一首 搖滾樂 

灰頭又土臉 至少喜歡 自己的嘴臉  


10년 후의 어느 날, 나는 미소 짓고 있을까 울고 있을까?

지금을 떠올리면 후회하진 않을까?

十年後的某天 會微笑 或流淚?  

想起了此刻 會不會後悔?


그럼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이번 국경절에 개봉한 영화. 원래는 평점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그저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생각보다 괜찮고 웃기기도 해서 별 4개를 줬다. 근데 왜 평점이 낮은 지는 알 것 같다. 감독이랑 각본이 너무 많은 주제들을 영화 속에 넣으려고 해서 오히려 관중들은 전체 스토리가 너무 억지스럽다고 느끼게 된 것 같다는 느낌. 예를 들면 빈곤 탈출, 국산 지지, 유수아동, 세대 차이 등등.... 아마 대작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또우빤의 많은 네티즌들은 이 영화가 국경절에 나온 '체제에 아첨하는 영화'라고 평하고 있는데,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에 완전 장점이 없는 건 아니어서, 세 명의 젊은 남자 배우들의 얼굴과 연기가 다 괜찮고, 윈난의 풍경도 매우 볼만하다. 그리고 주제곡으로 831 밴드의 노래를 썼는데, 정말 듣기 좋았다. 영화 속 많은 부분이 드라마 <재원방(在远方)>과 비슷해서 묘하게 기시감이 느껴졌는데, 주인공이 <해활천공(海阔天空)>도 불렀다. 부르지 마 ㅠㅠ 내 리우예(刘烨)를 돌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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